[기능성 쌀을 만나다] ‘멘델의 유전법칙’적용해 10년간 품종 개량

입력 2013-03-01 17:50


쌀 미(米) 자를 쪼개보면 여덟 팔(八)자가 두 번 들어간다. 이를 두고 선조들은 농부가 쌀알 한 톨을 만드는 데 88번의 수고를 거쳐야 한다고 이르며 쌀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기능성 쌀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년의 노고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정응기 연구관은 1일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새로운 품종을 만들려면 품종 선정부터 교배, 유전적 고정, 상품성 검증 등 지난한 기간을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쌀을 만드는 과정은 학창시절 ‘이게 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외웠던 ‘멘델의 유전 법칙’이 적용되는 현장이다. 정 연구관은 검은 쌀 품종 개량 과정을 소개했다.

검은 쌀은 쌀겨(호분층)에 검은색을 띄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집중돼있어 주로 현미 상태로 이용된다. 따라서 농약을 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병충해 저항성이 강해야 한다. 우수한 상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벼이삭에 달리는 낟알 수도 많아야 한다.

개발 첫해에는 검은 쌀이 생산되는 벼와 병충해 저항성이 강한 벼를 선별한다. 다음해엔 골라낸 벼를 키우며 인공 교배를 시킨다. 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100차례 정도 교배를 한다.

개발 3년차에는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고 조합당 1000개 정도의 2세대 벼를 재배한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으면서도 병충해에 강한 형질이 제대로 발현되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4∼5년 정도 시험 재배를 하면서 의도한 형질이 나타나는 벼를 추려내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

이후 2년 정도 낟알이 얼마나 많이 달리는지를 확인하고, 재배 대상 지역으로 옮겨 다시 2년 정도 해당 지역의 기후에 잘 적응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비로소 새로운 기능성 쌀이 탄생하게 된다.

정 연구관은 “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낮아지면서 대학에서 농대가 사라지는 등 육종가를 길러내는 기반이 파괴되고 있다”며 “기능성 신품종 개발에는 숙련된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쌀 연구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