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시 3·1정신이다] 탈북자도 기념예배… “북한 주민도 탑골공원 역사 알아”

입력 2013-03-01 17:59


삼일절인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 피켓을 어깨에 두른 10여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전통음식연구원 이애란(49) 원장의 지시에 맞춰 줄지어 섰다. 결연한 표정들이었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이 원장이 “우리는 북한 독재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온 탈북자들이다.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거리예배를 드리겠다”고 외쳤다.

‘탈북자 강제북송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의 3·1절 94주년 기념예배는 이렇게 시작됐다. 애국가 제창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이어지면서 참석자들은 하나둘 늘었다. ‘평화통일을 위해 탈북자들이 앞장서자’는 구호를 외칠 때는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있었다. 찬송 ‘여기에 모인 우리’를 찬양할 때는 힘이 넘쳤다. 이 원장은 “북한 사람들도 3·1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을 잘 안다”면서 “역사적인 이곳에서 탈북자들이 하나님께 기도와 찬양을 드리니 감개무량하다. 하루 속히 남북의 평화통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연합은 지난해 2월 23일 창립됐다. ‘탈북여성 국내 박사 1호’인 이 원장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를 촉구하기 위해 금식기도를 드리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탈북자들은 이날까지 373일째 중국 대사관 앞과 탑골공원 등지에서 릴레이 1인 시위 겸 금식기도를 드리고 있다. 1인 시위 겸 금식기도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되고 있다.

어려움도 많았다. 시끄럽다고 경찰에 민원을 제기한 인근 주민도 있었고,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땐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 시위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이도 있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탈북자들의 안녕과 남북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기도소리는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그치지 않았다.

이날 거리예배는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하는 중국을 규탄하는 구호 제창으로 끝났다. 예배가 계속되는 동안 지나가던 한 시민은 이들 앞에서 기도하기도 했다. 예배에 참석한 한 탈북자는 “탈북자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중국이 우리 국민을 강제로 북송하도록 방관하느냐”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각성하고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합은 앞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북한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에는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대북특사 파견을 촉구할 예정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