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열풍] 관련산업 고속성장 왜?… 어려지고 싶은 욕망 불황에도 지갑 활짝
입력 2013-03-01 17:17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은 가장 최근 집계된 2011년 현재 약 11조9000억원에 달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안티에이징’ 보고서에 실린 분석 결과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안티에이징 시장만큼은 2007년 이후 연평균 10.1%의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화장품이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의료 부문이 18%, 서비스 부문이 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오래 사는 것’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을 넘어 ‘아름답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안티에이징 시장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2월 국내 최고경영자(CEO) 303명 중 84.5%가 ‘향후 안티에이징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화장품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노화 치료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 생산량은 2001년 2700억원에서 2010년 1조5187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의료 사업자들도 환자 치료를 넘어 미용관리 영역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보톡스나 필러 시술, 박피술 등 피부 노화를 막는 기술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안티에이징이 의료 기관의 주 수입원으로 등장하면서 피부과 등은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다양한 안티에이징 마케팅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필립스, 파나소닉, 샤프 등 가전제품 생산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티에이징 홈케어 상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필립스는 최근 레이저 의료기기 회사와 제휴를 맺고 미세주름을 잡는 레이저 상품을 개발했다. 파나소닉도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와 협업해 초음파 미용기기를 내놨다. 국내 한 전자업체에서는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공해물질이나 활성산소를 없애 안티에이징 효능이 있는 가습기를 출시했다. 의류회사 유니클로와 밀레는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섬유소재를 활용해 안티에이징 효능이 있는 외출용 의류를 개발했다. 일부 식품회사는 먹으면 피부 노화가 예방되는 ‘뷰티푸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마사지를 통해 피부 노화를 막는 스파 서비스와 운동 요법, 식생활 컨설팅, 명상, 요가 등을 한데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이 같은 안티에이징 산업의 급성장은 일단 전반적인 국가 경제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화장품, 이·미용 서비스 등 자신을 꾸미는 데 투자하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비슷하게 성장한 뒤 불황이 찾아와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대 수명이 연장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적극적인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중·장년을 일컫는 ‘액티브 시니어’가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이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젊음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쏟고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외모를 가꾸는 중년을 의미하는 NOMU(No More Uncle)족, RUBY(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ng)족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안티에이징의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 여성이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처음 쓰는 나이는 평균 31.76세로 조사됐는데 이 중 53%가 ‘자신의 피부노화 관리 시점이 늦었다’고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발달이 안티에이징의 성장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줄기세포나 장수 유전자 등 바이오 기술 혁신이 안티에이징 산업에까지 확장돼 관련 산업의 성장을 도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피부 관리 앱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재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가운데 노화 관련 투자액은 0.5%에 불과한 데다 대학, 국·공립 연구소, 중소기업 등에서 산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강찬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일 “안티에이징 산업의 글로벌 성장이 본격화하는 이때 모든 기업은 안티에이징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관련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