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열풍] 老化 NO… ‘세월 지우기’ 돈 쏟아붓다
입력 2013-03-01 18:28
주부 김성현(60)씨는 최근 거울을 보다가 급격히 거칠어진 피부에 깜짝 놀랐다. 주름은 자글거렸고 불과 며칠 사이 피부에 윤기와 탄력도 사라져 있었다.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에 자신에 대한 관리는 너무 소홀했다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김씨는 고민 끝에 지난달 초 서울 서초동의 한 피부과에서 실시하는 안티에이징(anti-aging)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주름을 예방해주는 보톡스 4회, 피부 속에 수분을 채워주는 일명 ‘물광주사’ 4회, 피부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PHA필링 2회로 구성됐다. 1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더 이상 피부를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일 “60대에 접어드니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젊었을 때의 탱탱한 피부로 돌아가기 위해 화장품도 전부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은혜(31·여)씨는 얼마 전 생일잔치에서 친구들로부터 “서른이 넘으면 여자 인생 한물 가는 거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눈과 입 주변의 자잘한 주름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김씨는 바로 20만원 상당의 아이크림을 구입했다. 안티에이징 효과가 탁월하다는 비타민 영양제(32만원)도 샀다. 1주일에 두 번은 피부과(한 달 60만원)를 찾는다. 피부 보습 효과가 있다는 공기청정기(54만원)까지 구입했다. 지난달 안티에이징에 쏟아 부은 돈이 한달 월급을 훌쩍 넘어섰다. 그는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동안 피부’를 위한 투자만큼은 줄일 수 없었다고 했다.
어려 보이고 싶은 욕구가 여성들만의 것은 아니다. 영업사원 이동민(44)씨는 얼마 전부터 퇴근 후 안티에이징 마사지를 받고 있다. 근육을 눌러주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돼 피부노화를 늦춰준다는 광고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70만원 상당의 마사지 10회 이용권을 구입했다. 처음엔 ‘남자인데 굳이 젊어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잦은 술자리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피부가 급격히 상해버렸고 검버섯까지 피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얼굴이 급속도로 늙더라”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려보이고 싶은 욕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안티에이징이 급부상하고 있다. 안티에이징은 노화를 늦추거나 완화하는 기술이나 상품을 의미한다. 요즘 방영되는 한 화장품 CF는 ‘예쁘다는 말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이 더 듣기 좋다’는 카피를 사용하기도 했다. 과거 연예인이나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안티에이징이 이제 일반인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특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중장년층이 안티에이징의 중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을 위해 몸 바쳤던 이들이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제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젊게 사는 데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찬구 수석연구원은 “현재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안티에이징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선진국 역시 고기능성 상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 중”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안티에이징을 위한 투자는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