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권 내려놓겠다는 정치권의 약속 어디 갔나
입력 2013-03-01 17:13
국회의원들의 뻔뻔스러운 제 식구 감싸기가 또 등장했다.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대선 전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약속했던 특권 내려놓기가 이번만큼은 지켜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국민들만 바보가 됐다.
공천헌금 50억원을 약속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시국회 개회 중이라는 이유로 김 의원을 법정구속하지 않고 체포동의요구 절차를 밟았다.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선고 직후 곧바로 감옥에 갔을 것이라는 의미다. 검찰 조사 단계에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현행법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구차한 변명이 끼어들 여지조차 없는 사안인 것이다.
이번에는 국회에 접수된 체포동의요구안이 표결에 부쳐지지도 않았다. 지난해 7월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비록 부결됐지만 표결이 있었다. 국회법 26조에는 ‘체포동의를 요청받아 본회의에 보고되면 72시간 안에 표결한다’고 분명하게 적혀 있다. 국회의원들이 선거가 끝나 더 이상 눈치 볼 것 없다는 식의 후안무치를 넘어 현행법마저 무시한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조차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돌렸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새누리당은 선거 때 약속을 실천하겠다며 당내에 정치쇄신특위를 만들었다. 민주당은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민주당의 신조’를 발표했다. 하지만 불체포특권 폐지를 비롯해 면책특권 제한, 의원 연금제 개선, 겸직금지 등 선거 전에 했던 국민과의 약속은 하나씩 실종되고 있다. 정치쇄신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국민들의 엄중한 요구사항이다. 정치권은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실천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