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은 최고, 해결능력은 최저 수준인 한국

입력 2013-03-01 17:10

우리의 경쟁력을 좀먹는 것은 각종 사회적 갈등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 이미 갈등대국일 뿐 아니라 노정된 갈등들을 해결할 능력도 매우 낮아 갈등구도가 구조화·장기화되면서 국가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서울대경제연구소가 지난 28일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형 시장경제 체제의 모색’ 세미나에서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민족·종교 간 갈등 문제를 빼면 한국의 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갈등 해결 및 관리 능력은 27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민족·종교 간 갈등이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노사·계층·세대·지역 간 갈등이 매우 높은 반면 해결·조정 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정치적 조정력을 비롯해 법·제도 기반, 문화적 관용성, 사회통합, 시장제도의 합리성 등은 OECD의 평균 수준에도 한참이나 못 미쳤다.

최근 우리 사회에 다문화 가족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더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사회가 이 같은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이날 발표논문 ‘한국형 시장경제의 문제점’에서 한국사회가 충분한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노력이 과도한 경쟁으로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지나친 경쟁이 갈등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본질적으로 갈등 유발 구조라는 점이다.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 갈등은 늘 분출되기 마련이다. 갈등 자체를 없애기 어렵다면 갈등 관리를 위한 범국가적 각성과 합의가 요청된다. 우선은 미흡한 법·제도를 새로 마련하고 보완함으로써 지나친 경쟁 구도를 경계하는 한편 상생·관용·통합을 추구하기 위한 사회구성원 간 대합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