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아기양들, 새 생명의 환희… 얼어붙은 대지에 봄이 오는 소리

입력 2013-03-01 17:13


출산과 양육… 생기 넘치는 대관령 양떼목장

코끝을 스치는 봄바람이 겨울의 잔상을 지워가고 있지만 아직도 흰 눈에 덮여 동화 속 겨울 풍경을 연출하는 대관령 양떼목장. 사방은 아직도 늦겨울의 정적만이 감도는데 축사 안은 요즘 새 생명의 연이은 탄생으로 시끌벅적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해발 850∼900m 대관령 정상에 위치해 한국의 알프스로도 불리는 이곳 양떼목장은 지난 2월 초부터 매일 몇 마리씩 새끼양이 태어나면서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벌써 80여 마리가 태어나 축사 안이 비좁을 정도다. 새끼양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기 시작해 1주일이면 뛰어다닌다.

출산 직후 채 눈도 뜨기 전 어미젖을 찾아가는 새끼양의 모습과 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감싸는 어미양의 모습에서 모든 생명의 탄생이 숭고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축사 안을 유심히 바라보노라면 아기양들의 놀이가 제법 흥미롭다. 어미양과 콧등을 비벼가며 사랑을 나누는 모습, 다른 어미의 젖을 빨려다 혼이 나서 쫓겨나는 모습, 어린 동생이 태어나는 장면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형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새끼들은 삼삼오오 어미 등을 놀이터 삼아 오르락내리락 뜀박질하고, 때론 발걸음이 엇박자가 나 거꾸로 나뒹굴기도 한다.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어미젖을 충분히 먹은 녀석은 폭신하고 따뜻한 어미 등에서 곤히 잠을 잔다. 축사가 모처럼 분만실, 신생아실에다 놀이터까지 겸하면서 생명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최은숙씨는 “평온하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좋아 이따금 방문한다”면서 “아이들이 갓 태어난 양들을 보면서 아주 좋아해 보너스로 한 가지 더 얻어간다”며 만족해한다.

새끼양들은 축사에서 생활하다 5월 중순쯤 싱그러운 새 풀이 돋아나면 어미와 함께 13만m²의 넓은 초원으로 뛰쳐나간다. 양떼목장의 정연수 팀장은 “매년 2월 초에서 3월 하순까지 150마리의 양이 태어난다”면서 “정부 시책에 호응하려는 듯 올해는 어미양들이 쌍둥이 새끼를 많이 출산한다”고 활짝 웃었다.

평창=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