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활성산소와 건강
입력 2013-03-01 17:21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코에 ‘생기(힘)’를 불어 넣으니 생령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 기술 속에는 깊은 생화학적 지식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생명의 근간이 바로 힘(생기)임을 알려주고 계시다. 실제 모든 생명체는 생명의 근원인 힘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먹는 일과 숨쉬는 일이 바로 그 장치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숨쉬기를 멈추지 아니하는 한 살아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생명을 이어 가는 그 과정 속에 생명이 꺼져 가는 기전이 숨겨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생명유지를 위해 사용한 산소의 약 5%는 체내에서 독성이 강한 산소로 변화되어 우리를 서서히 죽어 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산소를 활성산소(일명 유해산소)라 일컫는데 결코 비정상적인, 정상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현상이 아니고 그 모든 생명체에게 숙명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정상적인 질서라는 점이다.
모든 생명체에게 수명이 있다 함은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서 죽음을 향해서 끊임없이 가고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활성산소가 생명체로 하여금 무덤을 향해서 가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활성산소의 실제적 위력은 과산화수소(옥시풀)가 소독약이나 탈색제로 사용되는 현상을 보신 분이라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의 살아있는 세포든 균이든, 화학물질이든 무차별적으로 파괴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생명의 질서는 이렇듯 오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생명체의 살아가는 기전 속에 죽어 가는 기전을 숨겨 놓으시되 죽어 가는 과정은 전혀 삶 속에서 느끼지 못하도록 숨겨 놓으심이 또한 더욱 놀라운 계획이신 것이다.
활성산소 생성과 관련된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간 건강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활성산소의 발생은 생명체의 산소사용량에 비례(약 5%)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 산소사용량이 적을수록(힘을 덜 쓸수록) 활성산소의 공격을 덜 받지만 삶의 질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무작정 힘을 덜 쓸 수도 없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 활성산소를 미리 제거하는 방법도 한 대책이 될 것이다.
거듭 설명하지만 활성산소의 독성을 중화시켜 주는 물질을 통틀어 항산화제라 한다. 그 항산화제의 중심에 비타민C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생명현상이 유지되는 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활성산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백 조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발생되고 있다. 즉 활성산소는 우리 몸 전체에 손상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활성산소 이론은 단순히 수명이론에만 머물지 않고 건강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항산화제를 복용할 것을 권유하는데 항산화제의 문제점을 알고 복용해야 하기에 설명을 드린다.
우리 몸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항산화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적으로 항산화제는 항산화 기능을 하고 나면 ‘라디칼(radical)’이 된다. 당연히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따라서 모든 항산화제는 항산화 기능을 한 후 빠른 시간 안에 원래의 항산화제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 오히려 복용한 항산화제가 ‘라디칼’이 되어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만드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이때 항산화 기능 후에 생긴 ‘라디칼’을 원래의 항산화제로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 바로 비타민C다.
항산화제 중 유일하게 ‘라디칼’이 독성이 없는 물질이 바로 ‘비타민C 라디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결국 항산화제를 복용하되 먼저 비타민C를 충분한 양 복용하고 그 다음에 다른 항산화제(예, 비타민 A, E 등)를 복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동물들이 비타민C는 스스로 많은 양을 만들어 몸에 포화시키고 그 다음에 다른 항산화제는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이치를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리고 싶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