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퀘스터 3월 1일 발동… 피치, 美 신용등급 강등 경고
입력 2013-02-28 22:20
국제신용평가 회사 피치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 최고등급인 트리플A(AAA)에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삭감이 1일(현지시간)부터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격리)다.
피치는 “시퀘스터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미 정치권이 재정 적자와 부채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속 다툰다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자동적으로 부과되는 재정지출 삭감 내용과 폭을 세밀하게 재조정하고, 세금 수입을 늘리는 등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상·하원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만난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가 참석한다. 복지 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과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백악관 사이에 입장 차이가 커 이른 시간 내 합의가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시퀘스터가 시작된다고 해도 공무원 대량 해직이나 항공기 연착이 당장 벌어지진 않는다는 것이 백악관의 판단”이라며 “대신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지길 기다려 공화당이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협상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사태가 길어지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와 안보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AP통신은 “미 연방정부가 시퀘스터에 따라 올해에만 850억 달러(약 86조원)의 지출을 줄이면 미국인들의 호주머니가 빈약해져 유럽이나 중국처럼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지역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퀘스터로 삭감되는 국방 관련 예산은 올해 460억 달러. 앞으로 해군 병력의 25%, 육군의 26%를 줄여야 한다. 항공모함 트루먼호의 승무원 모집도 중단됐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미군에 의존해온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가 즉시 시퀘스트의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과 일본도 미군 의존도를 줄이려 하면 태평양 지역에 군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도 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농업 관련 예산 20억 달러 삭감으로 식품 공장 감독 업무를 맡은 관리들이 대거 무급 휴직에 들어가게 된다. 유통업자들은 달걀과 고기 등 100억 달러 규모의 낙농업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방 양진영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