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원폭피해자들은 지금] 원폭피해자 1·2세들 어떤 병마 시달리나

입력 2013-02-28 19:43

대구에 사는 박인호(가명·40)씨는 원폭 피해자 2세다. 박씨는 20년 전부터 난치성 희귀병인 근이양증을 앓고 있다. 팔과 다리 근육에 힘이 없어져 마음대로 이동할 수가 없다. 장애1급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박씨는 가족이나 친지가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로 간병인에만 의지해 살고 있다. 박씨의 어머니는 일본에서 피폭을 당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재혼해 박씨를 낳았다. 박씨는 모친이 사망하자 의붓아버지에게 쫓겨났다. 박씨는 자신이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1세는 물론 그 후손들까지 피폭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원폭2세환우회에 따르면 원폭 피해자 2세 가운데 약 3분 1가량이 다양한 희귀 질환에 시달리며 건강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원폭피해자 1세와 2세의 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세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이나 조혈계통 암 발병이 수십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세 중 52.2%는 10세 미만에 원인 불명으로 사망했다.

원폭피해자 1세는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이 93배나 많이 발생했다. 또 백혈병이나 골수종과 같은 림프, 조혈계통의 ‘악성 신생물(암)’(70배), 빈혈(52배), 정신분열증(36배), 갑상선 질환(21배),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19배) 등도 일반일보다 발병 비율이 훨씬 높았다.

원폭피해자 2세 남성은 동일 연령대의 일반인과 비교해 빈혈(88배), 심근경색·협심증(81배), 우울증(65배), 천식(26배), 정신분열증(23배), 갑상선 질환(14배) 등의 순으로 질병 발병률이 높았다. 원폭 피해자 2세 여성은 일반인보다 심근경색·협심증이 89배 많이 발생했다.

인권위가 조사한 원폭 피해자 2세 3781명 중 선천성 기형과 선천성 질병이 있다고 보고된 경우는 19명(0.5%)이었다. 이 중 정신지체가 7명(0.2%)으로 가장 많았고, 척추이상 4명(0.1%)과 골관절 기형 2명(0.0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심진태(71) 합천지부장은 28일 “아직도 피폭 1세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고 산다”며 “그들 자녀들에게도 피폭 영향이 유전되고 있는데도 쉬쉬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