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여당 내부 거세지는 ‘김병관 사퇴론’
입력 2013-02-28 19:21
새누리당 내부에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용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기중개업체 고문 경력에 더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더 안고 가다간 당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를 지목해 “이제 그만 용퇴하라”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군사구역 땅을 매입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내용도 나왔다”면서 “그간 20여개 의혹만으로도 용퇴할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일어나면 문제가 하나씩 터져 나온다. 물러날 때를 아는 게 훌륭한 장수”라고도 했다.
심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 지도부에서 김 후보자를 겨냥해 제기한 첫 용퇴론이다. 그간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성향 의원 등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직간접 용퇴 요구가 당 중심부로 퍼져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류는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일각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 기류를 짚어보면, 청문회 전에 스스로 용퇴하라는 의견이 소수이고 일단 기회는 줘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로 보인다”면서도 “정작 의원들의 속내까지도 그런 구도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류 친박 의원들은 당내 용퇴 여론이 확산돼 가는 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한 친박 의원은 “용퇴를 거론하는 의원들의 공통점은 예전 친이(親李·친이명박계) 계파에 속했던 이들”이라면서 “자신들이 5년 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편중 인사로 물의를 일으켰던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게 새 정부 조각(組閣)을 엄호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임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배경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의 장관도 낙마 없이 끌고 간다’는 박 대통령 뜻이 있고, 이에 당은 찬반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다른 친박 의원은 “국방위원회 소속인 의원에게 ‘청와대에 결단을 부탁해보라’고 말했더니 난색을 표했다”면서 “대통령의 스타일상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의에선 대선 공약에 대한 당·청 입장차도 드러났다. 황우여 대표가 유아교육과 보육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 통합’을 촉구한 데 반해 심 최고위원은 “막대한 재정 부담이 초래되는 만큼 재정 계산을 잘해야 한다”면서 “무상보육도 소득하위 80% 정도로 작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