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日기업 주주들의 변신] 투자자 분석해보니… 강제동원 관련 인물 61명·항일 경력 소유자도 14명
입력 2013-02-28 22:10
‘조선인 노무자 공탁기록’에 나타난 주주 496명 중 61명은 일제 강점기 국내 강제동원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추원 참의를 지낸 장직상은 남선수력발전 등 강제동원과 관련된 6개 기업 임원으로 활동했다. 현준호 일가도 강제동원에 연관됐다. 당시 현준호는 호남제탄 취제역(사장) 등 강제동원 노역장을 운영한 기업 4곳에 임원을 지냈고 현준호의 배우자 신종림, 장남 현영익도 강제동원 기업 학파농장에 관여했다. 연인원 64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한반도 내 7000여개 광산과 군수공장, 발전소 공사장 등에서 착취를 당했다.
주주명부에는 항일경력 소유자 14명도 포함돼 있다. 대한독립청년단 평북지부원으로 활동하다 1921년 일제에 의해 검거된 김이제는 다이이치신탁은행 주식 550엔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벌이다가 1937년 조선총독부 고등법원 전향자 명단에 오른 문태영, 1919년 일본 경찰 심문조서 상 3·1운동 파고다공원 단순참가자로 기록된 정구철 등도 주주 명부에 포함돼 있다.
496명을 직업별로 보면 기업인이 214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지역유지(72명), 공직자(57명), 자산가(40명), 금융인(39명) 등의 순이었다. 공직자 중 하급관리로 30엔 이하의 소액을 보유한 30여명은 강압에 의한 할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투자나 적극협력 의지 표명일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제동원·평화위원회는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해당자와 국내 강제동원과 연관된 자를 합친 이른바 ‘적극협력자’로 분류된 103명은 1인당 1만19630엔의 주식을 보유했다. 이는 기업인(5434엔), 금융인(2038엔) 평균 금액을 크게 상회하는 액수다. 강제동원·평화위원회 정혜경 박사는 28일 “금융인들의 1인당 금액보다 적극협력자의 금액이 훨씬 큰 것은 이들이 투자목적 외의 다른 이유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공탁금과 무관한 수천억원에 달하는 주식 공탁금이 발견됐지만 이 자금의 성격, 공탁 이유 등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인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 비공개 문서를 전면 공개해 왜 강제동원 피해자 공탁금에 이런 불순물이 끼어있는지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