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이강두 위원장 “참전국 돌며 감사 전하고 한국 주도 통일 공감대 넓힐 것”
입력 2013-02-28 22:31
이강두(76) 정전 60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장은 요즘 아주 바쁘다. 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21개 참전국을 찾아가는 보은 행사 ‘세계평화 페스티벌 아리랑’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전용사들과 가족, 참전국들에 감사를 전하는 것은 물론, 정전 60주년과 이번 행사로 각계각층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 사회통합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대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생코리아’의 상임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지난 19일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만난사람=김명호 부국장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우리나라는 6·25 전쟁 뒤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유엔개발계획) 원조를 비롯해 참전국의 지원 속에서 경제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 투자진흥실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원조에 대한 감사를 몸소 체험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초기부터 지원을 받아서 지금까지 발전했다. 그것이 현재의 삶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사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피 흘린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감사가 최우선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끔 발판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도 감사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향후 통일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과 전 세계 동포들이 정체성을 생각해보는 기회도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보은 행사 일정은.
“4월 중순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참전 21개국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 행사를 갖고, 바로 이어 워싱턴에서 21개국 순회 행사를 시작한다. 뒤이어 캐나다를 방문하고, 6월 말까지 각 대륙별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전기념일인 7월 27일에는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에서 참전국 관계자 및 교민들을 초청해 폐막 행사를 갖는다.
특히 유럽 지역을 순회할 때 참전국은 아니지만 독일을 방문,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가 있기까지 고생했던 광부·간호사들의 파독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검토 중이다.”
-DMZ 철조망으로 만든 정전 60주년 기념메달에 대해 관심들이 많다던데.
“정전 60주년을 기념할 수 있고, 참전국과 참전용사, 그 후손들이 오랫동안 감동할 수 있는 이벤트를 생각하다 DMZ의 녹슨 폐철책선을 녹여 보은 메달을 만들었다. DMZ는 참전용사들이 피땀을 흘린 결과이며 그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참전용사와 유족들에게 메달을 전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보도로 그 소식이 전해져 벌써부터 세계 각국에서 참전용사들과 후손들이 어떤 경로로 메달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문의를 해오고 있다. 4월 개막 행사에서는 한국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참전국 대사 부부들에게 메달과 함께 한복을 전달하고, 고마움을 전할 계획이다.”
-21개국을 방문하는 등 행사 규모가 상당히 크다. 행사 자체가 민간외교 차원의 성격이 있어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새 정부 출범 시기라 아직 사업들이 확정되지 않은 것 같다. 새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 더 신경 써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의사 타진을 해보니 관심 있는 기관들이 적지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에는 ‘6·25 전쟁 60주년사업위원회’도 만들어져 있다. 정부 기관이 나서면 행사가 더욱 알차질 수 있다.
그리고 정부 관련 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들이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는 정전 60주년 행사들이 효율적으로 조정될 필요도 있다.
4월 뉴욕 행사는 참전용사 기념사업회가 관여하는데 미국 쪽에서 벌써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로 이어 열릴 워싱턴 행사는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행사도 겸해 진행된다.”
-유엔군의 6·25 전쟁 참전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한 것이다. 올해는 한·미 동맹 60주년이자 남북한 리더십의 교체, 버락 오바마 정권 2기 출범, 북핵 실험 등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다. 미국 행사에서 한·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수도 있나.
“그 점을 생각하고 있다. 정전 60주년과 동시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머지않아 한·미 정상회담을 하리라고 본다. 가능하다면 이번 행사와 관련해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참전국에 고마움을 표하는 것과 동시에 매우 큰 의미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에 행사의 취지를 적극 설명하겠다.”
-현재 남북관계 좋지 않다. 이번 행사가 한반도 평화 기류에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나.
“분명한 것은 이 행사를 통해 참전 21개국을 다니면서 서로 협력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참전국은 정부 차원에서 상당히 신경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60년 전에 참전했던 전쟁은 끝났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대치상태에 있다. 여기에 관심을 갖도록 해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통일 정책에 동지로서 혈맹 관계를 맺고, 성원과 후원을 받도록 할 것이다.
이번에 터전을 만들어 놓으면 참전 21개국과 우리나라가 통일을 주도하고, 일을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북한과 함께하는 행사를 열 계획은 있나.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북한과 함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무장지대 철조망으로 메달을 만들었다는 것은 평화의 상징이다. 실질적으로 철조망이 없는 평화의 터전을 만들어가자는 의미가 있다. 이 의미가 확산될 때 남북한에도 평화의 기류가 흐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궁극적으로 남남 간, 남북 간 국민대통합 운동으로 확산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나.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는 국민화합과 사회통합 문제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적인 인식이 있다. 이런 현상은 통일 이후 우리가 재도약하는 데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무엇보다 사회대통합에 대한 절박감을 갖고 가계 원로들이 나설 때다.
마침 새 정부도 출범했으니, 이번 6·25 정전 60주년이야말로 사회 각계각층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李 위원장은
1962년 경제기획원에 들어가 행정관리 담당관, 예산심의관을 거쳐 대외경제총괄국장을 역임했으며 1991년에는 주소련 초대 경제공사를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1992년 민주자유당 국회의원으로 14대 국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내리 3선 했다. 이후 2001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2002년 국회 정무위원장 등을 지내며 대표적 ‘정책통’으로 불렸다.
2008∼2012년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세계생활체육연맹 회장직을 수행하며 생활체육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사회통합을 목표로 설립된 사회단체 ‘상생코리아’의 의장으로 이념과 지역, 빈부, 세대 간의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남 거창 △마산고, 고려대, 러시아 국립 하바롭스크대학교 정치학 명예박사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 제1협력국장 △외무부 주소련 한국대사관 경제공사 △14∼17대 국회의원 △세계생활체육연맹 회장(2009년 9월∼현재) △상생코리아 의장(2012년 8월∼현재)
정리=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