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잊혀진 사람들] 원폭 피해자들 68년간 방치… 가난·질병 대물림에 피눈물
입력 2013-02-28 22:04
1945년 8월 6일과 7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당시 두 곳에는 한국인 7만여명(히로시마 5만명, 나가사키 2만명)이 있었다. 피폭으로 히로시마에서 3만명, 나가사키에서 1만명 등 4만명의 한국인이 숨졌다. 나머지 생존자 중 2만3000여명은 남한으로, 2000명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5000여명은 일본에 남았다. 당시 생존자들은 45년 12월까지 모두 귀국했지만 이들을 기다린 것은 가난과 병마의 굴레였다.
당시 피해자들은 일제의 공출을 견디다 못해 먹고 살려고 일본으로 가거나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히로시마 시내에서 지게 짐을 지거나 시장 구석에서 물건을 팔며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원폭으로 가족을 잃고 눈물마저 마른 채 귀향 배를 타야 했다. 원폭 피해자 1세들은 그렇게 한국에 재정착해서도 숨죽인 채 모진 운명을 감내해야 했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귀국한 이들은 배움은 꿈도 꾸지 못했고 농사나 구걸로 저주스런 삶을 버텨야 했다.
그렇게 68년이 흘렀지만 그들의 고통스런 삶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이 이유도 모른 채 숨을 거뒀고 자녀들도 병마에 시달렸다. 그나마 일본 정부의 조치로 건강수첩을 가진 원폭 피해자 1세는 의료혜택이라도 누리지만 2세들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그들의 고통을 또다시 대물림 받고 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한 원폭 피해자 1세는 지난 1월 현재 2673명이며 2세는 7500∼1만명으로 추산된다. 원폭 피해자 2세는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장애와 병마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2005년 실시한 건강실태조사에서 원폭 피해자 2세의 약 30%가 자신과 자녀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의료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폭 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는 28일 “원폭 투하로부터 68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나서서 피해 전모를 규명한 적이 없다”며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원폭 피해자 1세들은 고령으로 사망하고 있고 이들의 가난과 소외, 질병은 2세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은 28일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7일에는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