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표류 한달] 朴대통령, 취임 나흘째 공식일정 없이 정부조직법 해법 숙고

입력 2013-02-28 18:04

지난 사흘간 23개 일정을 소화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나흘째인 28일 공식 일정이 없는 하루를 보냈다. 대(對)국민 메시지가 될 3·1절 기념사 원고를 준비하며, 여전히 안갯속인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숙고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22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사실상 중앙정부 행사로 치르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냉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한 외교 구상을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에 역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촉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가 되리란 관측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한·일 관계 버전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역사를 직시하고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간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마당에 급작스럽게 외교 기조를 되돌려 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을 직접 비난하는 내용은 이번 기념사에 담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접근이 양국 간 꼬인 실타래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새롭게 출발한 정부 전체에 암운을 드리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도 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협상이 교착된 채 언제 개정안이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각은 물론 청와대 조직까지 완전하게 재편할 수 없는 현 상황의 타개책을 찾기 위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싼 민주통합당 주장을 꼼꼼하게 검토해 타협 여지가 있는지 고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는 취임식을 치르자마자 수많은 국가의 외교사절단을 만났고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업무보고를 받았다”면서 “오늘은 그동안 밀려 있는 청와대 내부 결재와 다른 할 일이 많아 공식 일정을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장 수여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