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깨고 ‘남녀공학’ 용기있는 변신… 서울 천호3동 동신中, 새학기부터 여학생도 받아
입력 2013-02-28 22:18
서울 천호3동에 위치한 사립 남자중학교인 동신중이 새 학기부터 남녀공학으로 변신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사립 남중이 남녀공학으로 학교 형태를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육계는 동신중의 남녀공학 전환을 ‘용기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신중이 올 1학년 신입생부터 여학생 107명(남학생 133명)을 받아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고 28일 밝혔다.
동신중의 남녀공학 전환은 50년 만의 일이다. 1950년 문을 열었을 때는 남녀공학이었다. 정경락 교장은 “1964년 남학교로 학교 형태가 바뀌었고, 그 후 줄곧 남학교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졸업생이 약 2만명이다. 노래 ‘애모’로 유명한 가수 김수희씨가 마지막 남녀공학 기수였다고 한다.
단성(單性) 사립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주로 남학생을 가르쳐온 교사들은 여학생 지도에 부담을 느껴 공학을 꺼린다. 더 어려운 건 전통이 깨지는 걸 싫어하는 동문들의 반대다. 특히 보수적 동문이 많은 남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은 말도 꺼내기 힘든 주제다. 2001년 이후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서울의 단성 사립학교는 7곳인데, 동신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중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동신중이 결단을 내린 건 지역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해서였다. 천호3동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은 그동안 가까운 동신중 대신 천호·천일·성덕중과 영파여중으로 진학해야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를 놔두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통학해야 했다. 여러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같은 초등학교 출신 친구가 적어 중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간 학부모 민원과 지역교육청의 권고가 잇따르자 동신중은 지난해부터 공학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동창회는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정 교장은 “시대가 변한 만큼 남녀공학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동창회와 재단을 설득했다. 정 교장이 이 학교에서 40년 가까이 교사생활을 해 동창회 회장과 부회장이 그의 제자였던 점이 도움이 됐다. 동신중은 최근 리모델링으로 여자화장실을 늘렸다.
지역사회는 만족해한다. 강동교육지원청 김희정 주무관은 “동신중의 공학 전환 덕택에 중학교 배정에 대한 민원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공학 전환 초기에는 학교 전체에 여학생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민원도 없다고 한다. 동신중 교감과 행정실장이 미리 주변 초등학교를 찾아 학교의 장점과 공학 전환 취지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단성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들의 거부로 일부 공립학교는 극심한 성비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공립 남녀공학인 서빙고동 한강중은 지난해 전교생 530명 가운데 421명이 여학생이다. 인근의 사립 남중인 오산중이 남학생을 흡수해가기 때문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