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거점학교’ 30개 생긴다… 지역별 5∼6개 고교 군으로 묶어 한 학교 지정
입력 2013-02-28 17:56
올 2학기부터 서울지역 일반고교 중에 예술·체육·과학·외국어 과목을 집중 교육하는 ‘교육과정거점학교’가 생긴다. 일반고 재학생 중 예술·체육·과학·외국어 과목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거점학교에 모아 집중 교육시켜 일반고 전체를 상향 표준화한다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부모들의 욕구와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효율성도 없는 정책“이라며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 점프 업(Jump Up) 프로젝트’ 중 하나로 오는 2학기부터 서울지역 180여개 일반고 중에 예술·체육·과학·외국어 등 과목을 집중 교육하는 교육과정거점학교 30개를 지정해 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고에 입학했지만 입학 후 자신의 끼를 뒤늦게 발견하는 학생들을 위해 단위학교에서 운영이 어려운 소수 학생들의 희망 과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지역별로 5∼6개 고교를 하나의 군으로 묶고 이 가운데 한 학교를 예술·체육·과학·외국어를 중점 교육하는 거점학교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술·체육·과학·외국어 집중교육을 원하는 학생은 원 소속 학교에서 감축된 일반고 교과 필수 이수 단위를 듣고, 권역별로 운영되는 교육과정거점학교에서 자율 편성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병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외고 인근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은 외고에서 외국어 수업을, 과학고 인근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은 과학고에서 과학 심화과목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서울 강북의 한 사립고 교사 김모(29·여)씨는 “예술고나 과학고 진학을 희망했다가 가지 못한 학생들의 학습 수요를 충족시켜준다고 해서 일반고 전체의 수준이 향상될지는 의문”이라며 “교육청이 ‘실질적인 학력 신장과 진학률 상승’이라는 일반고 학부모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올해 서울 강동지역 일반고에 입학하는 이모(16)군은 “배정된 학교가 속한 권역에 내가 관심 있는 과목의 거점학교가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옆 학교가 거점학교라고 해도 입시에 집중하느라 직접 가서 수업을 들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 강경진(49·여)씨 역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거점학교 간의 ‘과목 불일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