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동진료 17년’ 실로암안과병원 김선태 원장] “의료진 11명이 전국 도서·벽지 순회”

입력 2013-02-28 21:33


의료법인 실로암안과병원이 진료 및 수술용으로 특수하게 개조된 승합차량과 리무진 버스를 이용, 이동순회진료에 나선 지 17년이 됐다. 한국의 ‘헬렌 켈러’로 불리는 이 병원 원장 김선태(72) 목사를 28일 서울 등촌로 실로암안과병원에서 만나 이동순회진료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동순회진료에 나서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20여년 전 무료 진료를 받고 싶어도 실로암안과병원이 너무 멀어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앉아서 편하게 오는 환자만 진료할 것이 아니라 농어촌과 섬 지역, 전국 맹학교와 노인정, 복지시설 등을 다니며 진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몇 년 뒤 기도의 열매가 나타났는데 SBS문화재단 윤세영 이사장이 9인승 승합차를 기증해 주셨어요. 이 차에 안과 기계를 갖추고 전국을 돌며 이동순회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삼성SDI도 이동순회진료에 한몫 했다던데요.

“그렇습니다. 삼성SDI로부터 1996년과 2003년, 그리고 올해 리무진 버스를 기증받아 버스 안에 첨단 안과 의료시설을 갖췄습니다. 버스 안에 수술실, 처치실 등을 설치해 그야말로 ‘움직이는 실로암안과병원’을 만들었죠. 전국 방방곡곡을 11명의 의료진이 1년에 40주간을 번갈아 탑승하며 무료 진료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국내뿐 아니라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아프리카 등 무의촌 지역에서 실명 예방과 함께 개안수술을 실시해 빛을 찾아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해외 이동을 위해 컨테이너 안에 ‘움직이는 실로암안과병원’을 만들 것입니다. 베트남 필리핀 등에 정착시켜 놓고 의료진이 수시로 가서 인접 국가들까지 순회하며 선교와 함께 사랑의 무료 안과 진료를 하려고 합니다. 이밖에 인근 학교나 장애인 기관을 찾아가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약품비와 소모품비, 의료장비 구입 등 재정적인 후원이 필요합니다.”

-무료 진료를 계속하려면 상당한 재정이 필요할 텐데요.

“사실 가장 절실한 사항이 재정입니다. 특히 기업체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의 진료를 위해 후원자로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실로암재단 안에는 의료법인 실로암안과병원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있어 지정 기부금과 법정 기부금 모두 가능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기금을 기탁할 경우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드립니다. 많은 관심을 갖고 도와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목사님의 삶이 한편의 드라마 같은데요.

“6·25 전쟁 때 폭격으로 부모를 여의었고 20일 뒤 수류탄 잔해가 폭발해 시력을 잃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거리에서 동냥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안마사를 거쳐 미군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하기까지 숱한 역경을 만났지만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숭실대와 장신대를 마치고 목사가 된 뒤 미국 매코믹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2년 남산 3호 터널 입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국맹인교회를 설립했고요. 86년부터 실로암안과병원장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에 부탁하실 말씀은.

“교회에서도 국내외 의료선교와 진료를 위해 기도와 사랑과 관심으로 협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의 헌금을 소외이웃을 위해 나누는 정서가 한국교회에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미 몇몇 교회들이 바자나 자선음악회, 일일찻집, 폐품 수집 등의 수익금을 지원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결혼이나 환갑 기념, 자녀의 입학·졸업 등 경사스런 일을 기념해 헌금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로암재단과 연계된 교회나 후원하시는 성도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25만 시각장애인과 500만 저시력자, 저개발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를 원하시거나 사랑의 무료 안과 진료와 개안수술 운동에 동참하시고자 하는 분은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02-2650-0772∼4·siloam.co.kr).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