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불법 파견근로”… 대법, 형사책임 첫 인정

입력 2013-02-28 22:17

대법원이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자동차 제조업체 대표의 형사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관련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8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GM대우자동차의 데이비드 닉 라일리(64) 전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GM대우 협력업체 대표 김모(57)씨 등 6명에게도 벌금 300만∼400만원씩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GM대우와 사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 내용과 실제 업무를 볼 때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GM대우의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는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즉 대법원은 GM대우와 협력업체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불법 파견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법은 전문지식·기술이 필요한 건설, 선박 업종 등에만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고, 자동차 생산 등 제조업 분야에서는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라일리 전 사장은 2003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협력업체 6곳으로부터 843명의 근로자를 파견받아 생산공정에서 일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력업체 측에 형사책임을 물음에 따라 관련 사업장에 유사한 고소·고발이 잇따를 수 있다. 또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기아차 관련 수사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검 공안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달 말 현대차 등을 같은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 등 35명은 지난해 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고발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GM대우의 대법원 판결문을 검토해 수사 및 기소 여부에 참고할 방침”이라며 “현대차의 근로형태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간부들의 소환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김태욱 변호사는 “현대차는 사내하도급에 대해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불법성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이번 판결로 현대차의 불법성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