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음반사와 120억 계약 힙합그룹 ‘아지아틱스’… “美빌보드 1위까지 직행할 것”

입력 2013-02-28 17:36


3인조 그룹 아지아틱스를 처음 만난 건 2011년 8월이었다. 데뷔 5개월밖에 안 된 신인그룹이었지만 꿈의 크기가 남달라 인상에 남았다. 가령 이들은 포부를 묻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언젠가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서고 싶어요.”

물론 당시엔 허황된 발언으로, 신인그룹의 패기로 여겼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흐른 현재, 아지아틱스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서겠다는 꿈은 수년 내 진짜 현실이 될지 모른다.

아지아틱스는 최근 미국 음반사 캐시머니와 음반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계약 규모는 무려 1130만 달러(약 120억원). 1991년 설립된 캐시머니는 매출 누적액이 6억 달러(약 6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음반사다. 릴 웨인, 니키 미나즈, 림프 비즈킷 등 팝스타 다수가 소속돼 있다. 아지아틱스 측 관계자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음반사”라고 설명했다.

4월 발표할 싱글 음반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데뷔 음반이 될 이 앨범 제작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히트곡 ‘포커 페이스(Poker Face)’ 등을 만든 세계적 프로듀서 레드 원이 맡았다. 도대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아지아틱스 멤버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지난달 26일 아지아틱스의 니키 리(33) 플로우식(28) 에디 신(27)을 만났다. 이들은 캐시머니와 계약한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건 최근이지만, 실제 계약이 체결된 건 지난해 8월이었다고 했다. “계약하자는 제안을 듣고 기뻐서 울었다” “어안이 벙벙했다”는 말이 이어졌다.

“최근에서야 발표를 한 건 캐시머니에서 부탁을 했기 때문이에요. 음반 발표 시점 등 계획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거든요. 한국 팬들은 저희 음악을 ‘팝송 같다’고 생각하시지만, 캐시머니 쪽에선 저희 음악이 ‘아시아의 느낌’이 나서 좋다고 하더라고요.”(플로우식)

알려졌다시피 아지아틱스는 1990년대 인기그룹 솔리드의 멤버였던 정재윤(41)이 키운 팀이다. 정재윤은 ‘해외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아티스트가 만든 음악이어야 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이들 3명을 발굴, 아지아틱스라는 팀을 만들어냈다.

캐시머니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사람 역시 정재윤이었다고 한다. 캐시머니 설립자인 미국 힙합계 거물 슬림이 아지아틱스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본 게 발단이었다. 하지만 정재윤은 제안을 받고도 계약 내용이 좀 더 진전되기까지 한 달 넘게 이 사실을 아지아틱스 멤버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재윤이 형이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정말 꿈같았어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펑펑 울었죠. 그런데 재윤이 형이 기뻐하는 저희들 모습을 담으려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놨더라고요. 저희가 좋아하는 모습은 영상으로도 남아 있어요(웃음).”(니키 리)

굴지의 회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아지아틱스의 음악 색깔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캐시머니 관계자들이 아지아틱스의 개성은 계속 유지해달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언제쯤 안착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물으니 이들은 4월 발표할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에디 신은 “후렴구가 강한 음악이다. 한 번 들으면 바로 익숙해지는 멜로디”라고 소개했고, 플로우식은 “미국 시장 데뷔곡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시머니 분들도 들어보신 뒤 빌보드 1위가 될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덕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당장 내년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설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플로우식)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