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인들 팀워크가 비결” 마이너리거들의 반란… 케이블 tvN의 ‘푸른거탑’ 출연진
입력 2013-02-28 17:36
여성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랭킹을 매긴다면 1위는 ‘남자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군대 축구를 소재로 방송을 만들면 여성 시청자도 빠져들게 된다. 바로 케이블 채널 tvN이 만드는 ‘푸른거탑’. 군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예비역들에겐 추억을, 현역 장병들에겐 공감을, 여성들에겐 재미를 선사하며 매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푸른거탑’이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러하다. 가령 군대 축구를 다룬 지난해 8월 19일 방송분 ‘지옥의 군대스리가’ 편을 보자. 방송에선 계급이 경기규칙에 우선하는 군대 축구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면서 한 이등병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포개진다.
“룰도 실력도 아무 소용없었다. 오로지 계급이 바로 실력이고 룰이었다. 김 병장은 그날 시합에서 혼자 28골을 넣는 대활약을 펼쳤고, 그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포의 군대스리가는 계속됐다.”
지난해 4월 ‘롤러코스터’ 코너로 첫 선을 보인 ‘푸른거탑’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독립 편성되는 기회를 잡았다. 군대 모습을 리얼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낸 점이 주효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푸른거탑’에 출연하는 최종훈(34) 김재우(34) 백봉기(33) 이용주(31) 정진욱(30) 김호창(29)을 만났다. 이들은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는 질문에 한마디씩 답변을 쏟아냈다.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한 할아버지가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저를 진짜 군인으로 알고 ‘휴가 나왔냐’고 물어봐서 당황했어요.“(최종훈) “시청자 분들이 군대 고참 같아요.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깎으라고 해요”(김재우) “인터뷰 요청이 정말 많이 들어와요”(백봉기)….
원래 ‘푸른거탑’은 4∼5회 분량만 방송될 예정이던 일종의 ‘파일럿(시범) 코너’였다. ‘군대 이야기는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기 힘들다’ ‘트렌드에 안 맞는 소재다’ 같은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 방송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출연자들이 꼽는 인기 비결은 바로 팀워크. 실제로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이들은 시종일관 격의 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저희 중 소위 ‘A급’ 연예인은 없잖아요. 다들 중고 신인이고, (연예계 생활을 하며) 한 번쯤은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이죠. 서로의 상처까지 알다보니 촬영장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어요.”(김재우)
“저희들 모두 정말 절박한 처지에서 만난 작품이에요. 절실한 심정, 그걸 바탕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 거죠. 저희들끼리는 진짜 똘똘 뭉쳐 있어요.”(최종훈)
앞으로의 바람을 물었더니 “큰 욕심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당장 다음 주 녹화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촬영하면서 몸 다치지 말고, 그러면서 최대한 재밌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푸른거탑’은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