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생명나눔, 어떻게 예우해야 하나

입력 2013-02-28 19:57


“세상이 그 아이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재단인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를 찾은 60대 어머니가 남긴 말이다. 그녀의 서른한 살 아들은 1년여 전 뇌출혈로 뇌사에 빠졌고 가족은 평소 약자를 살피는 데 앞장섰던 고인의 뜻에 따라 피부와 뼈, 연골 등 신체 일부를 병든 이들에게 기증했다. 그리고 아들의 1주기를 맞은 어머니는 인체조직 기증 민간 홍보대사를 자청하며 경남 하동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달려왔다(국민일보 26일자 11면 보도).

어머니는 “힘든 결정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이 조직기증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증사업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 어떤 물질적 보상이나 지원보다 세상이 아들의 고귀한 나눔을 몰라주고 쉽게 잊는 세태가 어머니로서는 더 안타까웠던 것이다.

복지부가 최근 인체조직이나 장기 기증자 유가족에게 지원되는 현금 보상 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현재 사후 인체조직 혹은 뇌사 시 장기를 기증하면 유가족에게 장제비와 진료비, 위로비 명목으로 각 18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54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를 장제 지원 서비스, 유족의 정서적 지지·상담 등 기증자 가족 관리 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장례 실비에 가까운 지원금이라고 해도 기증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뿐더러, 이타심에 기반한 기증 문화 정착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의 척박한 기증 환경 아래에서 갑작스러운 지원금 폐지는 일시적으로 기증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때문에 현금 지원과는 맥을 달리해 기증을 활성화시킬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정신적 예우, 실질적 보상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인체조직이나 장기 기증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주별로 기증자 유가족의 프라이드를 존중하는 예우 프로그램이 많다. 유가족들에게 다른 잠재적 기증자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자원봉사 자격을 주거나 이들이 자체적으로 기증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매년 기증자의 사진과 사연을 꽃마차 퍼레이드에 사용하거나 추모공원에 장식한다. 이 과정에도 기증자 유가족들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한다.

기증 자체를 ‘내 가족의 영광’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페인 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병원이나 국가 소속의 코디네이터팀(기증을 유도하고 이식자와 매칭하는 사람)이 기증자 장례식에 참석해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단체, 병원 단위에서 이뤄지는 기증자 추모 행사를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열어 유가족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긍정적 위로를 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표류 중인 복지부의 ‘기증자 추모공원’(가칭 생명나눔공원) 건립 사업을 명확히 해 서둘러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추모비나 추모벽을 세워 기증자 이름을 새겨 넣으면 아름다운 생명 나눔의 의미를 누구나 되새기지 않을까.

현금이 아닌 실질적 보상 방안도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사망 시 기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응답자 중 38.8%가 기증에 따른 혜택이 있을 경우 기증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증률을 높이기 위해 헌혈증처럼 인체조직 기증 증서를 갖고 있으면 유가족이 필요시 조직 이식재를 1회 무상 지원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차장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