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훈국제중의 이상한 사회적 배려
입력 2013-02-28 19:52
서울 강북의 명문 사립 영훈국제중학교의 사회적 배려 입학생 가운데 부유층 인사 자녀가 포함된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와 연매출 500억원대 중소기업 대표, 법무법인 대표 출신 변호사의 아들딸이 말 그대로 ‘사회적 배려 대상’이라고 한다면 국민 누가 동의하겠는가. 최근 선발기준이 바뀌어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규정까지 두었다하니 비록 불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납득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다자녀 가정 출신 합격자 9명도 대부분 사회부유층 인사의 자녀라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원어민 교사에다 영어 원서 수업은 물론 중국어나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까지 배우기 때문에 수업료가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 돈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서민 자녀들은 아예 배제했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 학교는 귀족학교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선진국의 명문 사립중학교를 벤치마킹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글로벌 인재로 키운다는 교육목표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을 하면서 소년소녀가장이나 복지시설 아동, 환경미화원 자녀 같은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보살펴줘야 하는 학생은 단 한명도 뽑지 않았다. 동의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일수록 입학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뒷말이 없다는 것은 학교 측도 잘 알 것이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부의 편중 현상일진대, 이번 사태는 이 같은 갈등을 그대로 드러냈다. 부유층 자녀만 입학할 수 있다는 편견을 불러온다면 이 학교의 명성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의 취지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열악한 상태의 아이들을 뽑아 잘 보살펴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침 서울시교육청이 사안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특별감사에 나섰다고 한다. 시시비비를 잘 가려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배려해야 할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위화감 속에서 짖눌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