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가 ‘非正常’ 극복하려면

입력 2013-02-28 19:57

정부조직 개편 절충안 수용하고, 김병관 후보자 물러나야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경우 각료들이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청와대에서는 국가안보실장이 공석인 상태다. 일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쳤고, 오는 4일과 6일에 6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아직 청문회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이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회의장단과 여야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하면서 이번 주 내에 정부조직 개편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나 박근혜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 같다.

후유증은 적지 않다. 지난 26일 국무회의가 취소된 점은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핵 위기와 환율전쟁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외교안보팀과 경제팀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표류하면서 국가와 국민이 어떤 피해를 보게 될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8일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을 듯하다.

여야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정책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부(國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진흥이 필요하다면서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방송 인허가권 등이 미래부로 넘어가면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맞서 있다. 이 사안이 과연 새 정부조직 출범 자체를 가로막을 만큼 중차대한 것인지 의문이다. 여야가 대립한지도 벌써 상당 기간 지났다.

이제 해법을 모색할 때가 됐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일부의 절충안을 수용하는 게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IPTV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은 현행대로 방통위에 두고 IPTV 사업 진흥 업무는 미래부로 이관하며, 종합유선방송사업과 위성방송사업 이동멀티미디어방송사업에 대한 인허가 정책은 방통위가 맡고 나머지 뉴미디어 정책은 미래부로 넘기자는 타협안은 상생의 모델이라고 할 만하다. 여권의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겠지만,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건(件)도 난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청문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야당은 청문회 자체를 무산시킬 태세다. 더욱이 여당 내에서조차 김 후보자 용퇴론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고구마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하나씩 터져 나온다. 김 후보자가 물러날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후보자가 억울하다고 여길 의혹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60만 장병을 지휘하는 국방장관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김 후보자가 새 정부를 위해 이쯤에서 자진사퇴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