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눈 먼 들소에게 시력 준 생쥐, 머나먼 ‘희망의 땅’ 찾아갔을까
입력 2013-02-28 17:10
높이-뛰어라-생쥐/글·그림 존 스텝토/다산기획
“길이 있을 거예요. 내 가슴 속엔 희망이 살고 있거든요.”
이런 말,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어린 생쥐다. 이 녀석은 여행 도중에 독이 든 시냇물을 마셔서 눈이 멀어져버린, 그래서 사냥을 할 수 없어 죽어가는 들소를 만나자 자신의 시력을 주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머나먼 땅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들소가 걱정하자 생쥐는 이렇게 담담히 말한다.
이야기는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범벅이다. 길을 떠나 처음 만난 장애물은 강물이다. 그때 요술-개구리가 나타나 ‘폴짝-뛰는 생쥐’라는 이름과 함께 강력한 뒷다리를 선물로 주어 무사히 건넌다.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유혹도 있다. 냇물을 건너가면 뱀이 있을 거라면서 자신과 이쪽 덤불 속에서 살자는 뚱뚱한 생쥐를 만나서는 함께 딸기덤불 속에서 먹고 나면 자고, 자고 나면 먹는 편안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도 뚱뚱한 쥐를 닮아버린 것이다. 뚱뚱한 쥐의 운명은 서글프다. 시내의 폭이 좁은 곳에 걸린 나뭇가지를 타고 넘어온 뱀에게 결국 물려 죽고 만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판타지의 다른 쪽에 냉혹한 현실을 걸쳐놓는다. ‘폴짝-뛰는 생쥐’는 머나먼 땅에 도착했을까. 눈이 먼데도 어떻게 갔을까.
‘높이-뛰어라-생쥐’는 널리 알려진 인디언의 옛이야기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 존 스텝토가 다시 쓰고 그렸다.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쓴 사람에게 주는 칼데콧 영예상을 받았다. 흑백의 그림이 따스하면서도 리얼하다. 최순희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