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각종 위협에도 체첸문제 본질 폭로한 언론인
입력 2013-02-28 17:09
더러운 전쟁/안나 폴릿콥스카야(이후·1만6000원)
2006년 10월 7일,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상을 입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러시아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1999∼2000년 반정부 성향의 주간지 ‘노바야 가제타’에 연재한 르포르타주.
안나의 글은 당시 체첸 문제의 본질과 러시아 정부의 부정을 고발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안나는 러시아와 내전 상황에 놓인 체첸의 살벌한 교전 현장을 누비다가 연방군에 의해 처형장에 끌려가기도 했으며, 북 오세티야 베슬란에서 발생한 학교 인질극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갈 땐 독이 든 차를 먹고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위협에도 안나는 펜을 꺾지 않았다.
“정확히 정오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확실치 않은 진동이 땅을 흔든다.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순항미사일을 쏜 겁니다. 어제처럼 비행운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될 거예요!’ 미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청년이 대답한다.” 안나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늘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로, 그와 동시에 존경받는 어머니로 생활을 이어갔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걸고 진실을 파헤쳐 세상에 알리는 게 얼마나 큰 용기인지, 안나의 섬세하고 인간미 넘치는 문장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