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美 특수부대원이 밝힌 빈 라덴 최후의 순간… ‘노 이지 데이’

입력 2013-02-28 16:59


노 이지 데이/마크 오언/길찾기

‘노 이지 데이(NO EASY DAY)’. 2001년 9·11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에 참여했던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SEAL) 전직 대원이 작전의 전모를 소개한 이 책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간 당시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간이 강행된 책은 이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그 문제작이 원제를 그대로 달고 국내에서 나왔다. 부제는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 당시 미 정부는 빈 라덴의 생포를 원했지만, 강력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암살 작전의 기획과 실행에 참여하고 죽음까지 확인한 저자는 빈 라덴이 작전 수행 과정에서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세계 경찰 미국의 인도주의 가면은 그렇게 또 벗겨진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책에서 변변한 저항 한 번 하지 않은 알카에다 지도자의 마지막 순간에 실망과 조롱을 보낸다. “그는 우리를 상대로 싸울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자살 폭탄 조끼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던 그가 최후의 순간에는 총을 들지도 않았다.”

운명의 그날, 파키스탄 북부 도시 아보타바드의 중산층 동네에서 자신이 신뢰하는 급사 아흐메드 알 쿠와이티의 가족과 함께 살던 빈 라덴과 그의 아들 칼리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알 쿠와이티가 총기로 맞섰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건 미 특수부대 네이비 실. 그 중에서도 정예로만 구성된 특수전 개발단 데브그루(DEVGRU)이다. 해군 대테러 부대인 데브그루는 인질구출 작전, 전쟁범죄자 추적 임무를 맡았다. 89년 파나마 침공 당시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 작전, 93년 소말리아 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 참모 체포 작전에 그들이 있었다. 9·11 테러 이후에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휘관들이 그들의 표적이었다.

출간을 둘러싼 논란 탓인지 저자는 결코 미국의 기밀을 누출하지 않았고, 그러기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썼다고 서문에서 강조한다. 그러면서 책은 그런 작전의 성공 뒤에 숨은 사람들, 미국의 안보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인간적인 동기를 내세운다. 하지만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미 특수부대의 선발 및 훈련 과정, 그들의 활약상은 세계 경찰 미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책이 심금을 울리는 건, 인간 특수병기로 살아야 하는 고뇌와 좌절, 끈끈한 전우애가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고된 훈련을 견뎌야 할 때 ‘일단 다음 식사 때까지만 견디자’는 마음가짐에서는 동물적 생존 본능이, 작전 개시 전날 수면제에 의지하는 모습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적 불안이 읽혀진다. 그런 면에서 극한에서 살아남은 인간 생존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익명으로 남고자 했던 저자의 바람과 달리 실명은 매트 비소넷(37)인 것으로 미국 언론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국내 번역본은 가명으로 나왔다. 이동훈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