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재헌] 청소년과 소통, 마음의 문 열어야

입력 2013-02-27 19:20


며칠 전 충남 천안에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는 새 학기를 맞아 청소년, 부모, 교사 등 160여명이 함께하는 소통캠프를 가졌다. 청소년들의 생각과 감정을 가감 없이 들어보고 부모, 교사 등 어른들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개막 공연과 함께 친교시간을 통해 서먹서먹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점차 속내를 드러내는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어 갔다. 참가자들의 감정 표출은 역할극에서 잘 나타났다. 나이가 가장 어려보이는 청소년이 담임선생님 역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반말 못 하겠다고 뒤로 빼더니 분위기가 무르익자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는 대본에 없는 말도 튀어나왔다. 참으로 싸늘했고, 표정은 비정해 보였다. 언젠가 교사가 학생들에게 뱉은 말들이고 표정이었을 것이다.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얼마나 마음의 큰 상처로 남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아들’ 역을 맡은 어머니가 ‘엄마’ 역을 맡은 청소년을 향해 울부짖었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식을 때리라고 학교에 전화할 수 있어요?” 자신의 ‘아들’이 되어 ‘자기 자신’에게 따지고 있었다. 역할극을 통해 당시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깨닫게 되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역할극을 보면서 어쩌면 어른들은 아이들과 소통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의 주장과 욕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시행 1주년을 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는 인성교육 강화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인성교육은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고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의 협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했고 청소년들도 그만큼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른들의 말이 항상 지당한 말씀으로 받아들여졌고, 앞선 세대의 경험과 지혜가 청소년들이 자라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달라졌다. N세대(Net Generation), M세대(Media Generation)라고 불리는 지금의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지식과 경험을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의사소통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의사소통은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이 목적이고, 가슴으로 하는 의사소통은 친밀감, 신뢰감을 쌓아가는 것이 목적이다. 청소년들은 지식과 정보 습득에 있어 어른들에게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지의 세계를 살아가는 데 있어 친밀감을 심어주고 자기 행동에 대한 신뢰감을 보내주는 것이다. 공감과 수용, 칭찬과 격려 같은 관심과 따뜻한 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한 분은 “앞서 가면서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다려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달력’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는 이 책에서 잘 들을 줄 아는 자세가 말하고 쓰는 능력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라나는 환경과 경험이 다른 우리 청소년과의 소통은 마음의 문을 열고 듣는 것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번 소통캠프의 값진 교훈이다.

안재헌 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