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한국사회, 난제 해결한 독일을 보라
입력 2013-02-27 19:21
산업화·민주화 넘어서는 ‘어젠다 2020’ 마련할 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늘로 나흘째를 맞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는 바람에 국무회의는 아예 열리지도 못했고 청와대까지도 파행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줄다리기가 각각 이유 있는 주장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협력과 협조보다 대립과 반목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거듭 통감하게 된다.
세계는 지금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새 시대를 갈급하는 기운이 충만하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고 새 정부는 그에 걸맞게 국민행복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비록 안팎의 도전이 거세지만 우리 사회의 전향적인 변화를 위해 낡은 가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이 필요하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12월 창립 24주년을 맞아 시작한 연중기획 ‘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그 해법을 독일의 경우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해내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를 거의 극복했다. 분단을 지나 통일을 이뤘고 흔들리지 않는 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든든한 사회안전망,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 진보·보수 간의 정책보완, 국민의 소명의식과 지도층의 도덕성 등도 갖췄다.
독일이 과제 해결국으로서 부러움을 사게 된 것은 그들 나름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2005년 메르켈 현 독일총리가 집권했을 때만 해도 독일은 고실업률, 고령화, 재정악화 등이 심화되면서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었고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다. 사민당의 슈뢰더 정부가 2003년 내세운 ‘어젠다 2010’이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로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그대로 유지되면서 효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협력과 협조, 가치의 공조가 경제사회 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부의 핵심목표를 실업자 축소에 두고 고용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한편 장기실업자 축소, 여성·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리면서 경제지표들이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지원일변도식 복지(welfare) 개념에서 벗어나 일하는 복지(workfare)를 추구한 점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해 볼 것은 메르켈 총리의 정책운용방식이다. 수많은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한 계획을 통해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이른바 ‘스몰 스텝(small step) 전략’을 활용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온 국민이 서로 협력·협조할 수 있도록 한 소통의 리더십이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리더십은 북핵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제 우리도 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가는 한국판 ‘어젠다 2020’을 마련해 명실 공히 국민행복시대를 구체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