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패막이’ 사외이사 고리 끊을 때 됐다

입력 2013-02-27 19:15

요즘 기업에서 가장 귀하신 몸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간부들이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 기치를 드높이는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등 산적한 현안들에서 공정위의 압박을 막아줄 것이란 기대 때문일 것이다.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검찰이나 국세청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기업행은 오래된 나쁜 관행이다. 삼성전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GS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고액을 줘가며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현직들과의 연결고리를 이용해 권력기관 칼날을 피해갈 수 있게 방패막이와 로비스트로 쓰겠다는 것이다. 전관예우 관행상 현직의 후배들은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청탁이 들어오면 거절하기 쉽지 않다.

기업들의 이런 불순한 의도와 권력기관의 먹이사슬 관계를 알면서도 고위 공직자들이 기업행을 택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현직에 있을 때는 해당 기업을 감독하고 조사하던 분들이 현직을 떠났다고 해당 기업의 비리를 덮어주고 조사를 무마시키는 데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전관예우 커넥션이 끊어지도록 퇴직 공직자들의 유관 업무 취업제한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고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사외이사 도입의 본래 취지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경영을 제대로 하는지,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조언하라는 것이다. 대주주의 독단과 횡포를 견제할 의무도 있다.

기업들은 본래 취지에 맞게 경영에 도움을 주고 감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을 폭넓게 구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직접 사외이사를 선출하고, 이사회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거수기 사외이사, 방패막이 사외이사를 없앨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