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구금 비용없다” 수백명 석방 파장… 혼란스런 미국
입력 2013-02-27 19:10
미국 연방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시퀘스터(sequester)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협상 일정마저 잡지 않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 간 비난전만 가열되면서 2013 회계연도에만 850억 달러 등 대규모 예산 감축 현실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3월 1일(현지시간) 발동하는 시퀘스터에 대비, 구금 중이던 불법이민자 수백명을 26일 석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ICE는 애초 추방 여부를 가리는 절차에 들어갔다가 ‘재정상황 불확실’ 등을 이유로 이들을 일단 석방하기로 했다. ICE는 이번 조치로 예산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텐슨 ICE 대변인은 “구금은 중범죄자들이나 공공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면서 “이민자들은 구금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으로 관리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즉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이 조치가 오바마의 이민법 개혁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CBS 인터뷰에서 “매우 분노한다”면서 “이민 당국이 예산을 줄이자고 범죄자들을 풀어주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밥 구들래트 하원 법사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 사안을 부각하려고 범죄자들을 거리로 석방한다는 사실이 혐오스럽다”고 강조했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퀘스터가 국경 보안과 공항 검색활동에 영향을 미칠 뿐더러 예산 부족으로 구금된 이민자 3만4000명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은 예산 삭감이 민간 항공부터 학교 수업, 육류 등 식품 검사, 연방 정부 및 산하기관 근로자 무급 휴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의 최대 산업단지로 가장 많은 근로자가 있는 뉴포트뉴스의 군함 조선소를 방문해 예산 삭감이 몰고 올 후폭풍을 강조했다. 공화당은 그러나 그가 의회와 이 사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밖으로만 돌고 있다며 ‘로드쇼(road show)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균형 재정’을 이유로 시퀘스터까지 몰고 가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의 행태를 ‘정치적 음주운전(DUI)’에 비유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 출석해 시퀘스터가 경기 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그는 “의회와 행정부는 시퀘스터로 인한 급격한 지출 삭감 대신 재정 적자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