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 비웃듯… 카드社 DCDS 부실판매 기승

입력 2013-02-27 22:23


“세부 내용을 알고 싶은데 약관을 먼저 볼 수 없습니까?”(고객) “악용 소지가 많아서 가입 동의를 해주신 분한테만 보내드립니다.”(카드사 상담원)

신용카드 이용자가 죽거나 병에 걸렸을 때 카드 빚을 탕감하거나 나중에 갚도록 하는 카드대금 면제·유예서비스(DCDS)의 불완전 판매가 금융당국의 근절 지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카드사는 고객이 가입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약관 내용을 알려주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KB국민카드 상담원은 자사 DCDS의 장점만 속사포처럼 소개한 뒤 곧장 가입을 유도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묻지도 않았다. 그는 “소정의 수수료가 있다”며 “일시불·할부 카드결제, 현금서비스, 카드론이 포함된 총 결제 금액의 0.54%”라고 소개했다.

이 수수료는 1개월 기준이지만 상담원은 이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연간으로 환산한 수수료는 6.48%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3%)보다도 배 이상 높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사들의 DCDS 수수료가 폭리에 가깝다며 인하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수수료 감소를 우려한 카드사들이 DCDS 판매에 더욱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자가 “혜택을 얼마나 보겠느냐”고 질문하자 상담원은 갑상선암 진단으로 카드 빚 1800만원을 면제받은 사례를 들면서 보상받는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카드사들은 DCDS 이용자가 죽은 경우에도 면제 신청의 80% 이상을 거절했다. 수수료 수입과 비교한 보상률은 5.9%에 불과했다.

이 상담원은 “이 서비스는 모든 회원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막상 필요하실 때 가입 못하는 분도 매우 많다”며 급박함을 조장하기도 했다.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후회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가입을 권유했다.

그는 “제가 이렇게 막 전화로 말씀드리지만 내용이 많아서 솔직히 저라도 다 기억하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막상 약관을 먼저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악용 소지’를 이유로 거절했다. 이어 “정석이 아니지만 저희도 회사에서 무조건 그렇게 안내하라고 지침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기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DCDS 가입을 문의한 현대·신한·롯데 등 다른 카드사들도 카드대금 면제 혜택과 낮은 수수료, 보장 가능성만 강조할 뿐이었다. 금감원에 접수된 DCDS 관련 민원의 77%가 본인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입시키거나 무료 서비스로 오인할 만한 설명을 한 경우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DCDS 가입자에 대한 보상 책임을 전부 보험사에 전가해놓고 자신들은 수수료의 40∼50%를 순이익으로 챙기기만 한다”면서 “2분기 테마검사 때 불완전 판매와 약관 비공개 지침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