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7개월 논란끝에 원점

입력 2013-02-27 18:20

7개월의 논란 끝에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전문의 당직제는 진료과목마다 전문의 당직자를 의무 배치하도록 한 제도. 1∼2년차 전공의(레지던트)가 응급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응급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시행 후 전문의 당직제는 ‘의료계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유예기간 지정, 재개정 논의를 거쳐 의무배치 진료과목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라 2∼8개 진료과목에만 전문의 당직을 의무화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7일 발표했다.

당직전문의가 의무 배치되는 과목은 응급의료기관의 유형에 따라 차등을 뒀다. 규모가 큰 권역·전문응급센터 23곳은 내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마취통증의학과·정형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 등 8개 과목에 당직전문의를 둬야 한다. 반면 지역응급의료센터 114곳은 내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마취통증의학과 5개, 규모가 작은 지역응급의료기관 302곳은 내과 및 외과계열에 각 1명만 배치하면 된다. 나머지 진료과목은 기관별로 당직전문의를 자율적으로 둘 수 있다.

당직전문의가 반드시 병원 내에 상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응급실 근무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뒤 진료를 요청할 경우에만 전문의가 진료하면 된다. 이를 거부할 경우 3월 1일부터는 해당 응급의료기관장에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안이 후퇴한 이유는 전문의 숫자 부족이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지방의 소규모 병원의 경우 진료과목별로 전문의가 1명밖에 없어 1년 내내 당직의사가 한 명인 경우까지 생겼다. 또 야간에 아예 수요가 없는 진단검사의학과 등을 포함시키는 건 인력낭비라는 주장도 많았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과목을 줄이면서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치료한다’는 애초 취지는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8월 이전에도 당직전문의를 배치해야 하는 과목은 권역센터 8개, 지역센터 5개, 지역기관 2개로 재개정안과 동일하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