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수목극 전쟁’ 판세는… 절대강자 없는 오차범위 명승부
입력 2013-02-27 18:18
지상파 방송 3사가 수목 미니시리즈 시장을 놓고 자존심 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방송 3사 야심작들이 맞붙은 만큼 치열한 경합이 이어지면서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번 ‘수목극 대전(大戰)’을 시청률 경쟁을 넘어선 자존심 승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드라마 전쟁’은 3주 먼저 출발한 ‘7급 공무원’(MBC)에 이어 지난 13일 ‘아이리스 2’(KBS2) ‘그 겨울 바람이 분다’(SBS)가 나란히 첫 방송되면서 시작됐다. 방송사들은 내로라하는 톱스타와 막강 제작진이 만든 이들 작품을 띄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3일 하루만 놓고 보더라도 SBS는 ‘그 겨울…’ 1·2회를 연속 방영하며 기선 잡기에 나섰고, MBC는 ‘72분룰’(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미니리시즈 회당 방영 시간은 72분 이내로 제한한 것)을 깨고 73분 동안 ‘7급 공무원’을 내보냈다. KBS는 ‘아이리스 2’ 첫 회 이후 영화 ‘고지전’을 편성해 동시간대 방영된 ‘그 겨울…’ 2회를 견제했다. 그렇다면 대전 3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의 평가는 어떠할까. 박빙의 시청률 대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미세한 우열도 감지된다. 지난 2주(13·14·20·21일)간의 방송분을 토대로 세 작품의 인기와 완성도를 분석해봤다.
시청률 - 송혜교의 힘 ‘그 겨울’ 단숨에 선두탈환
27일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첫 방송 당시 기선 잡기에 성공한 쪽은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은 ‘아이리스 2’였다. 이 작품은 첫 회에서 시청률 17.0%를 기록하며 1라운드 승자가 됐다.
하지만 방송 2주차에 접어들면서 판세는 달라졌다. ‘아이리스 2’는 하향세로 접어든 반면 꼴찌로 출발한 ‘그 겨울…’이 역전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탄탄한 대본과 여주인공 송혜교(31)의 절절한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7급 공무원’ 역시 선발 주자로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스펙’이 뛰어난 이들 두 작품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 작품을 애청하는 연령대는 각기 어떻게 다를까. 20대만 놓고 보면 ‘그 겨울…’과 ‘7급 공무원’을 보는 시청자가 많다. 두 작품 20대 시청률은 각각 4.7%, 4.3%였다. 반면 ‘아이리스 2’는 2.9%에 그쳤다. 하지만 40대에선 ‘아이리스 2’가 시청률 10.9%를 기록해 40대에서 각각 8.5%, 6.2%의 시청률을 올린 ‘7급 공무원’ ‘그 겨울…’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제성 - SNS에선 ‘아이리스2’가 가장많이 언급
시청률에서는 ‘그 겨울…’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그 겨울…’의 최종 승리를 예단할 수는 없다. 시청률이 인기를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엔 시청률 측정에서 제외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많은 만큼 다른 분석도 진행해봐야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 즉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작품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니터링 업체인 ‘펄스K’에 관련 내용을 의뢰했다. ‘펄스K’ 분석에 따르면 우선 13∼25일 트위터 총 버즈량(언급 횟수)은 ‘아이리스 2’가 2만3747건으로 여타 작품을 압도했다. 같은 기간 ‘그 겨울…’은 1만3503건, ‘7급 공무원’은 1만2503건이었다.
하지만 ‘펄스K’ 관계자는 “‘아이리스 2’의 버즈량은 줄고 있는 데 반해 ‘그 겨울…’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1일의 버즈량을 보면 ‘그 겨울…’은 2001건으로 2167건을 기록한 ‘아이리스 2’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완성도 - 평론가들 대체로 ‘그 겨울’에 후한 점수
세 작품 모두 장르가 다르고 개성이 뚜렷한 만큼 동일선상에서 작품성을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대본의 짜임새나 배우들의 연기, PD의 연출력 등을 토대로 전반적인 완성도는 따져볼 수 있을 터. 드라마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무엇인지 물었다. 응답을 한 평론가들은 대체로 ‘그 겨울…’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작가 노희경이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통 멜로의 힘을 보여준다”(김선영) “작품을 보면 ‘역시 노희경’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신주진) “송혜교의 연기력과 작품이 풍기는 감성이 굉장히 훌륭하다”(윤석진)…. 반면 ‘아이리스 2’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잇달았다. 윤이나 TV평론가는 “전반적인 작품의 구도가 뻔하게 느껴진다”고 했으며,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인물 간의 ‘감정 라인’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급 공무원’의 경우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김선영), “재미가 있긴 한데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 부분이 아쉽다”(신주진)는 평가가 많았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