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가 마지막 작품… ‘50년 중수부’ 역사속으로
입력 2013-02-27 22:1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524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공식 해산했다. 이번 수사는 전국의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전면 수사를 통해 은행과 정·관계 권력자들 간의 검은 유착, 대주주의 저축은행 ‘사금고화’ 병폐 등을 파헤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새 정부가 연내 중수부 폐지 방침을 정하면서 중수부 간판을 내걸고 한 최후의 수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부정부패 결정판=합수단은 27일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 정·관계 인사 137명(62명 구속기소)을 기소하고 비리 관련자들로부터 6564억3100만원의 책임재산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이들 중 31명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106명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1년 9월 22일 출범한 합수단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받은 158명(연인원)으로 팀을 꾸려 제일·토마토·솔로몬·미래 등 영업정지된 11개 저축은행을 수사했다. 이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 비리를 저지른 임석·김찬경·윤현수·김임순·유동천·신현규·조용문 회장 등 저축은행 대주주들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또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정두언·윤진식 의원(이상 새누리당)과 박지원·이석현 의원(이상 민주통합당) 등 정·관계 인사 21명을 기소했다.
◇쓸쓸한 잔치=합수단 간부들은 이날 오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진태 차장에게 해단 보고를 하는 것으로 합수단 업무를 종료했다. 김 차장은 “합수단이 일선으로 돌아가서 그간의 경험과 수사 노하우를 잘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합수단은 오후 5분여간 짤막한 언론 브리핑을 했다. 최 단장은 소회를 묻는 질문에 “살아남아서 지금 여기 서 있는 게 큰 의미”라며 그간의 고충을 드러냈다. 그는 “중수부의 수사권이 없어진다면, 향후 전국적 규모의 비리 수사가 필요할 때 이번처럼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대응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합수단 현판은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떼어졌다. 1년5개월이 넘는 대규모 수사치고는 ‘단출한’ 마무리다. 중수부 한 간부는 “살아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비리 인사들이 대거 정리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축하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 끝나게 되니 못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중수부는 2011년 상반기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성과를 낸 기세를 몰아 합수단을 발족시키고 전국 저축은행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당시 ‘수사를 통해 서민들의 피해를 보듬는다’는 명분은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논의를 한동안 잠재우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수사가 결국 중수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61년 4월 중앙수사국으로 시작한 중수부는 60∼80년대는 권력형 비리사건, 90년대는 정·관계 로비사건, 2000년대는 재계의 구조적 비리 사건 등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며 특수수사의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김경수 중수부장은 “정치권과 관료, 재계가 엮인 비리가 사회 전반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중수부가 아니더라도 상시적인 감시와 수사를 할 수 있는 체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