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막판 협상도 허사… “정치력 부재” 여론 봇물
입력 2013-02-27 22:13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면서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안 처리가 지연돼 지난 25일 파행 출범한 새 정부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각자 ‘몽니’를 부리면서 각 부처에 산적한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27일 정부조직 개편의 최대 쟁점인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다. 민주당은 IPTV(인터넷 TV) 인허가권 및 법령 제·개정권을 제외한 나머지 IPTV 기능의 미래부 이관, 유료방송 등 플랫폼사업자 소관을 방통위에 남길 경우 비보도 부문 일반 채널사업자(PP) 업무의 미래부 이관 등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미 없는 제안”이라며 수정안을 거부했다. 수정안 공방으로 양측의 감정은 더 상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협상이 원점이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박근혜 정부와 긴 싸움을 해야 하나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앞에서 한 어떤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이런 담대한 제안도 걷어차는 분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예의를 지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내일 즉시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으름장도 놨다. 이에 새누리당은 “여론 물타기용”이라고 발끈했다.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예고 없이 국회를 찾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민주당 수정안은 청와대에도 보고돼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법 협상이 이처럼 풀리지 않는 데는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는 무능한 여당, 발목잡기에 몰두하며 오기 부리는 야당,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청와대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혼자서 다루고 있고 나머지 의원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는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및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표결을 해서라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주는 게 낫다”며 “식당을 지키는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지 왜 그러느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5월 통과된 이 법에 따라 다수당이라도 의석수가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이 안 되면 이전처럼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이은 날치기 처리’는 불가능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는 힘으로 할 수도 없고, 협상과 양보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여야 모두 아직 미숙하다”고 말했다.
엄기영 김현길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