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골 호날두 으쓱’ 메시 잘 봤나?

입력 2013-02-27 17:43

리오넬 메시(26·FC바르셀로나) 앞에만 서면 작아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 그런 그가 마침내 ‘더 이상 2인자로 남을 수 없다’며 폭발했다. 그것도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누에서. 무득점에 그친 메시는 멀티골을 넣고 환호하는 호날두를 애써 외면했다. “호날두뿐만 아니라 어떤 선수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누구와 비교되기 위해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던 메시. 이 말은 이번 시즌 다섯 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구차한 변명이 되고 말았다.

호날두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누에서 열린 2012∼2013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3대 1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31일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는 합계 4대 2로 앞서 결승에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엘 클라시코’ 전적에서도 2승2무1패로 우위를 점했다.

전반 13분 바르셀로나 피케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선제골을 뽑아낸 호날두는 후반 12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앙헬 디 마리아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날린 슈팅이 바르셀로나 골키퍼 호세 마누엘 핀토를 맞고 튕겨 나오자 침착하게 잡아 왼발로 마무리한 것. 호날두의 ‘엘 클라시코’ 통산 12번째 골이었다. 호날두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말 대단한 경기였다”며 “우리는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고, 상대보다 더 좋은 플레이로 세 골이나 뽑아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날두가 펄펄 날아다니는 동안 메시는 ‘실종’ 상태였다. 이날은 메시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나선 400번째 경기였다. 메시의 이날 기록은 슈팅 2개가 전부였다. 그나마 유효슈팅은 한 개도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파엘 바란 등 수비수에 꽁꽁 묶인 데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로부터 오는 패스도 자주 끊긴 탓이었다. 프랑스 19세 카리브계 신예인 바란은 메시 봉쇄에 성공하며 후반 28분 그림같은 헤딩골로 1차전 홈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골까지 터뜨리면서 ‘엘 클라시코’ 최고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바르셀로나가 보여 준 경기력은 지난 21일 0대 2로 패한 AC밀란(이탈리아)전과 흡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AC밀란처럼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간격을 촘촘히 유지한 채 바르셀로나의 공격 길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바르셀로나는 AC밀란전 때 볼 점유율에서 66%대 34%로 앞섰으나 유효슈팅에서 2대 6으로 열세였다. 6일 만에 열린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볼 점유율에선 65%대 35%로 우위를 점했지만 유효슈팅에선 3대 8로 뒤졌다. 메시는 2경기 연속 슈팅 2개씩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다. 홈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완패를 당한 바르셀로나는 다음달 13일 AC밀란과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바르셀로나는 3골 차로 이겨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메시의 득점 본능이 다시 깨어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