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靑 눈치만 보면 버림받아”… 정몽준, 정부조직법 관련 “무기력한 여당” 작심 비판
입력 2013-02-27 22:13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3일째가 되자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몽준(사진) 전 대표를 비롯해 비박(非朴·비박근혜) 성향 의원들은 27일 정부조직 개편과 국회 인사청문회 등 현안에 대해 모처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정 전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이 역동성을 갖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순간 국민에게서 버림받게 될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야당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당의 처지를 비판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또 “인수위가 법안을 짧은 시간에 만드느라 새누리당의 의견도 수렴하지 못해 여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면서 “행정이 정치를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도부를 향해 “야당만 설득할 게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야당이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에겐 ‘용퇴 요구’가 이어졌다. 정의화 의원은 연석회의에서 “전관예우 등 고위 공직자의 부패 문제로 장관이 존경·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겠느냐”며 “당사자는 스스로 용퇴해 새 정부의 순항을 도우라”고 주문했다. 김용태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실명 거론하며 “무기 중개상으로 재직한 경력은 수긍하기 어렵다. 후보자나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당내 기류에 대해 ‘참았던 말들이 비로소 터져나온 것’이란 해석이 많다. 당 관계자는 “더 이상 누구 눈치를 보거나 하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 8년 동안 당의 실권자였던 박 대통령의 부재가 가져온 당연한 수순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도권을 놓고 당내 세력들의 이합집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벌써부터 당내 여러 모임의 해산과 새 모임 결성 움직임이 있다”면서 “당분간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말 임기가 끝나는 원내대표 경선이 첫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