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하는 관료사회] 정치권 정부조직법 힘겨루기에 관료사회는 ‘멘붕’… 낮술 먹기도

입력 2013-02-27 22:25

“아줌마, 여기 맥주도 줘요.” “○○국장, 왜,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하게?” “딱 한방만 하죠.”

27일 낮 12시 서울 삼청동의 한 국밥집에서 포착된 정부 공무원 8명의 모습이다. 그들은 청와대 비서관 인사와 언론의 인사 검증 보도 얘기를 안주 삼아 ‘낮술’을 했다.

정부조직 개편이 표류하면서 관료 사회에 업무 중단과 기강해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땅히 할 일이 없게 된 관료들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거나 삼삼오오 모여 향후 부처 내 인사를 논의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 부처 공통사항이다. 신임 장관이 조직 개편과 인사를 해야 업무 체계가 잡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모습은 소속 부서가 분리되거나 합병되는 교육과학기술부,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에서 더 두드러진다.

교과부에서는 특히 산학협력 분야에서 업무공백 현상이 심하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추진한 ‘융합’ 정책으로 교육부 출신과 과학기술부 출신이 섞여 있는 곳이다.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은 언제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삿짐만 챙기고 있다. 교육과 과학기술 쪽 모두에 해당하는 예산과 홍보, 국회담당 부서는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는 미래창조과학부 업무까지 이중 업무를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통상 기능 이관이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통상부 전직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 매년 2월 있던 정기인사가 늦어지면서 해외공관에서 본부로 돌아온 직원들의 ‘붕 뜬’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는 의전지원팀으로 파견근무를 했지만 이후에는 정부조직법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간부는 “통상 이관 문제가 어떻게든 확정돼야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서 업무가 진행될 텐데 지금은 모두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5년 만에 부활하는 해양수산부 준비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토해양부가 준비기획단을 공동으로 꾸려 실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인사와 예산 등 기본적인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단 인력 중 일부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산 관련 선거공약이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이 통과돼도 전산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권기석 이성규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