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지하경제와 전면전 선언…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편법 상속 등 관리강화

입력 2013-02-27 22:04


국세청이 ‘지하경제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지하경제 관련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가짜석유 판매상 등 불법 사업장에 대한 연쇄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변칙 상속·증여 등의 편법 활동에 대해서도 전방위로 조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27일 첫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로 가짜석유 제조·판매자 66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료를 거래자료 없이 사들인 뒤 가짜석유를 만들어 전국 주유소 등에 몰래 팔아 왔다. 판매 대금은 친인척 등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관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값싼 난방용 등유를 경유와 섞어 무자료로 판매한 유류 도매업체, 가짜석유를 정상 제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뒤 대금을 차명계좌로 관리한 주유소 업자 등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이 가짜석유를 겨냥한 것은 연간 1조원에 이를 정도로 탈세 규모가 크고, 탈루 세액이 각종 불법사업 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화재·폭발 등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데다 톨루엔, 메탄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도 대거 함유된 점도 고려했다. 2003∼2008년 사이 가짜 휘발유·경유 사용으로 인한 자동차 화재·폭발 사고는 57건이 신고됐다.

국세청은 가짜석유 제조·판매가 확인된 사업장에 대해 탈루 세액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사법 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활용해 가짜석유 제조·유통·판매에 관여한 전 사업장과 거래처의 금융거래 등을 추적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가짜석유를 시작으로 지하경제에 속하는 불법·편법 행위 등 탈세와의 대대적인 ‘전쟁’에 돌입한다. 가짜양주 제조·판매상, 사채업자 등의 불법 사업장과 예식장, 성형외과, 골프연습장 등 현금 거래가 잦은 고소득 자영업자,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개인·법인의 역외 탈세까지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의 일감 몰아주기나 상장사 주식 증여 등을 통한 편법 상속·증여 행위도 엄정하게 처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명재산 은닉, 비자금 조성, 은밀한 고액 현금거래 등 현장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기로 했다. 다만 국세청은 이번 전방위 세무조사에서 영세사업자와 소상공인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조사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