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 급한 靑 외교안보라인, 업무 중복·위상 애매
입력 2013-02-27 22:06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쩔쩔매고 있다. 전(前) 정부와 달리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로 안보 담당 부서가 이원화되면서 업무 분장을 놓고 고민이 깊다.
국가안보실은 장기적인 안보 전략과 북한 상황 점검 등을 맡고, 외교안보수석실은 각종 외교 현안을 다루는 걸로 큰 원칙을 정했지만 세부적인 업무 분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더욱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돼 국가안보실이 공식 발족조차 못하면서 위상에 대해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축하사절로 내한한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잠시 환담했지만 한·미 안보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할 기회는 갖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닐런 보좌관의 청와대 카운터파트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닐런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장인 미 국가안보회의(NSC) 상시 참석자(Regular Attendee) 중 한명일 뿐이어서 한국의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상대하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가안보실 담당 업무인 한·미 안보 현안을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나서서 논의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무 분장도 중복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실은 대외전략기획관과 외교·국방·통일 비서관의 ‘4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번 정부는 대외전략기획관을 없애고 국제협력비서관을 둬 국가안보실에 배치했다. 외교안보수석실 내 외교·국방·통일 비서관은 그대로다. 그러나 국제협력비서관이 맡은 대외전략 기획업무 가운데는 외국과의 협정을 비롯해 외교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들이 많아 이럴 경우 외교안보수석실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한·미 간 최대 안보 현안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정과 원자력 협정 등을 처리해야 한다.
또 우리 군의 전력 증강, 군 인사 등을 다루는 국방비서관 업무 역시 국가안보실과 일부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국제협력비서관 산하에는 군의 핵심 작전통이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으로 국가안보실의 구체적인 조직 윤곽이 나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과의 관계 정립이 먼저 이뤄져야 업무 중복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