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세금 수십억 들인 ‘연예인 얼굴마담’ 넘치는데… 대가 없이 재능기부 참 선한 홍보대사들
입력 2013-02-26 22:24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회현동 남산 백범광장공원에서 열린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행사장에 붉은색 옷을 곱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 나타났다.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캠페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예쁘다”는 반응을 보이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대에 올라 능숙한 솜씨로 사회를 본 이 여성은 고려대 오승연(36) 교수였다. 아나운서 출신인 오 교수는 자신을 “서울시 홍보대사”라고 소개했고, 바닥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연예인이라도 본 것처럼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무보수로 서울시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아나운서 활동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서울시 홍보대사인 사진작가 조세현(54)씨는 지난해 11월 개포동의 한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복지관 개관 20주년 사진집을 직접 제작해주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재능기부 형식으로 홍보대사 활동을 맡겼더니 더 뜻깊은 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모시기 위해 억대의 모델료를 지급하는 일부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시는 재능기부 형태의 무보수 홍보대사를 위촉했다.
26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63개의 공공기관 중 7개 기관이 홍보대사에게 억대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씨는 복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기획재정부로부터 2년간 총 5억7000만원을 받아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슈퍼주니어(3억8000만원), 원더걸스(3억7000만원), 강호동(1억9000만원) 등이 혈세로 억대의 홍보대사 모델료를 챙겼다. 이들과 달리 무보수 재능기부를 하는 저명인사들도 적지 않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50) 교수는 2011년부터 국립재활원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이 교수는 2006년 미국 유학중 지질 야외 조사를 하다가 차량전복사고로 전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재활을 통해 사고 이후에도 교단에 서며 장애를 극복한 희망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립재활원 관계자는 “이 교수는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멘토’로 불리고 있어, 연예인보다 재활의지를 고취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시설에도 무보수 홍보대사들이 늘고 있다. 7년째 홀트아동복지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션, 배우 정혜영 부부의 경우 모델료를 받지 않고 오히려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5일 이들은 ‘정혜영 장학금’을 만들어 20여명의 학생들에게 총 1억여원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와 별도로 5년간 5억원을 홀트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실생활에서도 입양아동의 실상을 주위에 홍보하면서 이들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동참해 3억원을 후원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거액의 모델료를 지급하면서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것보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 봉사를 해주는 이들의 마음이 더 큰 홍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