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가상재화 유통 시장 만들자”

입력 2013-02-27 00:50

바르셀로나 ‘MWC 2013’ 현장중계

“네트워크 사용료에만 집착하면 미래는 없다. 가상재화 유통을 위한 글로벌 공동마켓을 구축하자.”

이석채 KT 회장이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전통적인 통신사업의 대안을 제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모바일 전시회인 MWC에서 국내 통신사 CEO가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관람객과 통신사 관계자 등 2000여명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 회장을 포함해 에릭슨의 한스 베스트베리, 도이치 텔레콤의 르네 오버만 등 글로벌 통신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통신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한 뒤 토론을 벌였다.

이 회장은 연설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통적 네트워크에서 브로드밴드로 이동하고 있다”며 “브로드밴드 시대에는 통신의 비중과 가치가 갈수록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카카오톡처럼 브로드밴드를 활용하는 사업자들이 번창하는 반면 통신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KT와 같은 통신사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KT가 아이폰 도입 이후 3년간 무선 네트워크에 4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수익은 정체됐다고 자평했다. 반면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업자들은 가상재화의 유통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큰 수익을 냈다고 평가했다.

가상재화란 디지털 콘텐츠, 앱, IT솔루션, e-러닝, e-헬스 등 브로드밴드 위에서 생산과 유통, 소비되는 비통신 서비스를 통칭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제 통신사들은 스스로 가상재화의 제작자가 되거나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가상재화 유통 사업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브로드밴드 위에 가상재화의 거래를 위한 큰 시장을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이 이 장터에서 온갖 것들을 사고팔도록 하면서 사용료를 받자는 것이다.

이 회장은 “통신회사가 가상재화 사업자로 전환하려면 지역별 시장을 넘어 세계 공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뭔가 다른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며 가상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