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美 국방비 낭비 주범은 비싼 무기”… 군부·군수업자·의회 손잡고 예산 책정
입력 2013-02-26 22:51
가격이 두 배로 뛴 함선, 엔진 결함 전투기, 2차대전에 쓰였던 탱크…. 미국 국방부가 구매할 예정인 값비싼 무기들이 국방 예산 낭비의 주범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1일 시퀘스터(부채 동결과 예산 감축)가 시작되면 올해에만 850억 달러(약 92조원)를 줄여야 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60억 달러가 국방비다. 블룸버그는 “국방비 감축이 전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도 군부와 군수업자, 의회가 손잡고 수십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안 전투함(LCS·littoral combat ship)이다. 2010년 미 해군은 2010년 걸프만 작전 수행을 위해 LCS 개발을 군수업체 로키드마틴에 의뢰했다. 로키드마틴은 재래식 LCS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듯한 모습의 알루미늄 선체 LCS 2가지 모델을 내놨다. 해군은 두 모델을 모두 만들기로 했다. 애초 예산에 4억 달러만 추가하면 된다고 했으나 개발 과정에서 총비용은 2배가 늘어 370억 달러가 됐다. 해상전력 분석가 스튜어드 슬레이드는 “LCS 구축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국방 예산 절감의 첫걸음”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대당 4억 달러인 전투기 F-35 조인트스트라이커는 이미 제작이 7년이나 늦어졌다. 지난 14일 시험비행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로 조종석에 불이 붙었다. 미 국방부는 구매 계획을 일시 중단했지만, 부품공급 업체가 미국 45개 주에 산재해 있고 13만3000개의 일자리까지 걸려 있어 돌이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F-35는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후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M1 탱크는 육군에서도 “너무 무거워 필요 없다”고 했으나 의회는 예산을 책정했다.
미군의 무기 구매 예산은 올해에만 1조6000억 달러. 시퀘스터 9년치 감축 예산 1조2000억 달러를 넘는 금액이다.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이 F-35의 한국 판매를 허용키로 했으나 가격은 비싸졌다.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의 급여도 20%까지 줄어든다.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피터 싱어 선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한·미 양국의 군사력이 약화되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