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히스패닉계 대법관 소토마요르, 인종차별 발언 검사 공개 비판

입력 2013-02-26 18:48

최근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귄 거 맞지?”라고 반말로 캐물은 검사가 문제가 됐지만,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검사에 대해 25일(현지시간) 성명까지 내고 공개적으로 꾸짖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문제가 된 샘 폰더 연방검사의 발언은 코카인을 거래한 혐의로 기소돼 2011년 15년형을 선고받은 흑인 마약사범 본가니 칼혼의 상고심에서 빚어졌다. 칼혼은 여행 중 함께 있던 친구들이 마약 거래를 했을 뿐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폰더 검사는 법정에서 “당신 친구들은 흑인에 히스패닉이었고, 돈으로 가득 찬 가방을 갖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이게 마약 거래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변호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발언도 흐지부지 넘어가는 듯했다. 대법원은 칼혼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인 소토마요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검사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관용하는 것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해” 별도의 성명을 냈다고 밝혔다. 성명엔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도 동참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런 행동은 우리 사법 체계의 존엄성을 약화시키고 법치에 대한 존경을 떨어뜨린다”며 폰더 검사를 준엄히 꾸짖었다. 검사의 발언은 “인종적 편견으로 증거를 대체하려는 치명적인 시도”라며 “우리는 정부가 두려움과 편견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길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