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 (하) 평화·공존의 시대로

입력 2013-02-26 22:23


신뢰 프로세스 상처… 새 정부, ‘안보 강화→대화 채널’ 구상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안보 시험대에 섰다. 출범 13일 전 3차 핵실험이 터졌고 북한은 연일 대남 위협을 가하고 있다.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까지 새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큰 틀에서 단계적으로 북핵 문제 해법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수동적 프로세스라는 비판을 보완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단계적 접근=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한 사이에 신뢰가 점진적으로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직전 북한 핵실험으로 ‘비핵화’라는 대전제가 무너지면서 프로세스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 핵실험에 대한 엄중한 대응과 함께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관련 주변국과의 조율을 통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 “새 정부는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대북제재 국면을 일단 끝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도 중요하지만, 이게 늦어지더라도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가겠다는 게 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하고 있는데 무모한 도발에는 단호한 응징이 이뤄져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이처럼 단기적으로 안보를 강화하되, 중·장기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구상하고 있다.

단계적 접근법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시작으로 대화채널을 개설해 핵문제 등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또 기존 남북 간 합의는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양측이 새로운 합의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보완하자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이 호혜적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경우 한반도 평화 정착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가 밝힌 청사진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미·중 3자 전략대화를 가동해 이를 북핵 문제 해결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수동적 프로세스’라는 비판 극복해야=북한 핵실험 당일 박 대통령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새 정부가 안보만을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대선 공약과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지난 정부가 취한 대북 스탠스와 달라진 게 없다”며 “북한이 변화하기만을 기다리기엔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완책으로 ‘전략적 모호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북 원칙을 지키면서도 북한의 자세와 태도에 따라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날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이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것도 남북 관계개선을 염두하고 있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띤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