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발목 잡는 정치권] 정부조직법 태클에 각 부처 표정… 업무분장 안돼 일손 놓고 우왕좌왕

입력 2013-02-26 18:38

정홍원 국무총리 인준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각 부처는 아직도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여야의 난기류로 인해 정부조직 개편이 미뤄지고 있는 데다 일부 장관의 경우 아직 국회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분장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부처를 진두지휘할 장관까지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각 부처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고, 부처 간 협조도 곳곳에서 허점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국정 차질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당장 물가 급등에 대비한 정부 대책 수립이 늦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권교체기 물가 대책을 세웠던 부처들은 장관 인선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그동안 물가를 총괄하던 간부들도 자리를 옮기거나 청문회 준비 등으로 사실상 공석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어져 다음달 예정돼 있던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는 미뤄질 것 같다”면서 “실무 차원의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저소득층 지원 등 폭발력이 큰 이슈들을 추진해나가야 하는 보건복지부는 수장 취임이 미뤄지면서 답답한 분위기다. 정책 조율에 공을 들여야 하지만 실행 로드맵을 그리는 작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업무보고조차 속도가 나지 않는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진영 장관 후보자가 정부조직법 협상으로 하루 1∼2시간 내기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차관급 ‘청’에서 장관급 ‘처’로 한 단계 승격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업무 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신설 식약처는 보건복지부의 식품정책 및 의약품정책 일부와 함께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축산물 안전 정책을 흡수하게 돼 200∼300명의 인원과 함께 각종 검사장비를 이관받아야 하는데 협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법이 바뀌지 않아 아직 이름도 되찾지 못한 교육부는 서남수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팀이 사실상 ‘교육부 인수위’로 기능하면서 청문회 준비와 업무보고, 인수인계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협상의 쟁점이 된 산학협력 분야는 개점휴업 상태다. 미래부로 옮겨가는 과학기술 쪽 관료들은 떼어가려 하고, 교육 쪽 관료들은 최대한 지키려 하는 상태에서 어정쩡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한 공무원은 “정부조직법이 확정돼야 조직이 안정되고 일도 진행될 텐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기존 부처는 일상적 업무라도 하지만 신설된 부처는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정책 이관을 둘러싼 대치로 아직 업무 분장조차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실체가 없는 유령 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래부로 업무가 이관될 예정인 각 부처의 해당 직원들은 방향타를 잃은 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과천청사로의 이전까지 예정돼 있어 미래부는 어수선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영미 이도경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