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국인들에 3G 휴대전화 인터넷 접속 허용… 150유로 내야 서비스 ‘외화벌이’

입력 2013-02-26 22:10

북한 당국이 25일부터 북한에 상주하거나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3G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터넷 사업은 북한 유일의 이동통신 회사인 조선고려전신(고려링크)이 맡고 있다. 이번 조치는 1월부터 외국인이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입국할 수 있도록 개방한 데 이은 것이다. 그 전까지는 휴대전화를 세관에 맡겨야 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평양특파원 청웨이단(程維丹)은 체험기를 26일 환구망(環球網)에 올렸다. 외국인이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우선 조선국제통신국에 가서 휴대전화를 등록해야 한다.

등록 절차가 끝나도 통화만 가능하다. 문자 서비스 또는 인터넷 이용을 하려면 추가로 돈을 납부해야 한다. 요금은 꽤 비싼 편이다. 문자 서비스는 10유로, 인터넷 등록비도 75유로(약 10만6500원)를 내야 한다. 한 달간 5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데, 이를 초과하면 MB당 0.15유로를 더 내야 한다.

고려전신은 USB 형태의 무선 인터넷 카드도 판다. 개당 가격은 75유로로 인터넷 등록비 75유로를 합해 모두 150유로를 지불해야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 가능한 용량은 2기가바이트(GB). 무선 인터넷 카드 용량별 가격은 5GB의 경우 매달 250유로, 10GB는 400유로다.

청웨이단은 체험 결과 뉴스나 시나닷컴, QQ닷컴, 바이두(百度) 등 중국 내 주요 사이트는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에도 금방 연결됐다고 전했다. 아이폰 등 비안드로이드 계열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안드로이드폰은 접속이 잘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려전신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한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신화통신에 밝혔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은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는 허용되지 않아 북한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외화벌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 개통과는 정반대로 북한 당국은 정치범 수용소를 확충하는 등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비정부기구(NGO)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 ‘25호 관리소’의 면적이 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날 밝혔다. HRNK는 미국 위성 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최근 25호 정치범 수용소 주변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했으며, 이곳에 약 5000명이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