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외국계 은행… 中企 돈줄 끊고 자신들은 고액배당
입력 2013-02-26 22:39
외국계 은행들이 불법으로 중소기업 돈줄을 끊어놓고 자신들은 고액배당으로 배를 불리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줄줄이 중징계를 받게됐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중소기업 대출한도를 축소시킨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씨티은행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22일 같은 혐의로 적발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기관경고, 리처드 힐 SC은행장에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었다.
국내의 양대 외국계 은행인 이들은 중소기업 대출 7000여건에 미확약부 대출약정을 적용했다. 은행법 등에 어긋나는 미확약부 대출약정은 대출한도가 남은 약정금액을 은행이 임의로 회수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한 약정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도 내에서 대출금 지급 의무를 지는 확약부 여신약정과 달리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때 은행에 유리하다. 은행들은 2007년 이 약정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은행의 일방적 해지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류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SC은행은 일반 대출약관 마지막에 특약 형태의 미확약부 약정을 끼워 넣는 수법으로 사실상 불법 약정 체결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뺏긴 대출한도는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것만 70조원에 육박한다. 씨티은행은 SC은행의 10배가 넘는 미확약부 대출약정을 운용했다. 이 때문에 하 행장이 리처드 힐 행장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외국계 은행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외면하고 대출을 줄이는 대신 주택담보대출이나 대기업 회사채 투자에 몰두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30조원 늘리는 사이 씨티·SC은행은 오히려 6000억원을 회수했다. 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4.3%와 4.8% 줄었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게 유지한 뒤 결산 때 고배당을 의결하는 구실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은행은 배당금을 주로 예대마진이 큰 신흥시장에서 굴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