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선·美 시퀘스터 ‘근심거리’… 근혜노믹스 시험대에

입력 2013-02-26 18:05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이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 유럽 재정위기 재확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미국이 대규모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발동을 앞두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국내외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이탈리아 총선 여파로 오전 장중 한때 1992.25까지 떨어졌다. 결국 전거래일보다 9.51포인트(0.47%) 하락한 2000.01로 장을 마감했다.

앞서 뉴욕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30% 이상 치솟아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시퀘스터 발동도 우리 경제의 근심거리다. 미 연방정부는 시퀘스터 발동을 앞두고 주초부터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약 이번 협상에서 시퀘스터 발동 시기를 늦추거나 새로운 예산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올해 850억 달러의 예산이 줄어들며 앞으로 10년간 1조1000억 달러 정도 예산이 삭감된다.

미국의 예산 삭감은 고용 위축으로 직결되고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를 더욱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시퀘스터 발동과 함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6∼27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 전망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설명 등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의 수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는 엔저 국면도 박근혜 경제팀이 타개해야 할 과제다.

기재부는 이날 현오석 장관 겸 부총리 후보자에게 국제금융 부문의 현안을 보고했다. 글로벌 금융·재정 위기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국내 경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각론으로는 외환건전성 확보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외국인 증권투자 등 해외 자본의 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형 토빈세 도입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숨가쁘게 움직였다. 기관별로 외환시장 동향과 국내

시장의 자금흐름을 분석하며 이상 징후는 없는지 살폈다. 조원동 경제수석과 주형환 경제금융 비서관 등 청와대 경제라인도 국제 금융시장을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산한 하루를 보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변경해 열렸던 경제정책조정회의도 당분간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 임명 동의 절차가 남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경제부총리 주재로 더 강력한 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